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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감소 받아들이고 제조업 경쟁력 높이는 것이 중요" [트럼프 美 47대 대통령 취임]

전문가 3인의 대미통상전략
"美 전략산업에 한국 기여 강조 관세 예외신청 받는 방식 필요"
"정부 간 전략대화 채널 유지 다른 나라와 공동대응도 해야"
"조선·SMR·의료 분야 협력 경쟁국 비해 비교우위 확보"

"수출감소 받아들이고 제조업 경쟁력 높이는 것이 중요" [트럼프 美 47대 대통령 취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보편관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급진적인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고 말하는 등 관세를 가장 강력한 무기로 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수출통제도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제재 수단이 될 전망이다. 지난 수십년간 이어온 자유무역체계가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국내 통상전문가 3인에게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물었다.

―미국 신정부가 출범했다. 미국 통상정책 변화를 예상한다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국제통상학회장=첫 번째는 '한국에 대한 보편관세'다. 한국과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는데 한국에 대해서도 보편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할 것에 대한 우려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흑자를 많이 내고 있고,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의회 동의 없이 관세정책을 바꿀 수 있다. 법적 근거도 여러 가지가 있다. 국제 비상경제 수권법, 미국 무역법 122조, 관세법 338조 등으로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로 시행될 수 있는 문제다. 두 번째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정책적 일관성을 얼마만큼 유지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으로 발생하는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같은 것을 얼마나 축소하고 연기, 무력화할지가 관심사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미국의 관세정책이 크게 변할 것이다. 또 조선, 소형원전(SMR), 의료 분야 협력 등이 통상의 의제가 될 것 같다. 통상정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친환경 분야의 정책 전환이 우리 통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통상전략연구실 선임연구위원=단기적으로 보면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정책은 우리나라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가장 외교적 우호 관계가 높은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이 미국 우선의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인 약 557억달러에 이르고 있어 양국 간 무역불균형에 대한 조치가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의 산업 경쟁력에 가장 도전적인 요소는 중국의 부상이다. 통상 측면에서 보면 북미와 유럽 그리고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에서 높아진 제조업의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약진이 예상된다.

―미국 관세정책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김 연구위원=미국의 관세정책에 우리도 관세로 대응하는 건 어렵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때 관세를 최대한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조선, SMR, 의료 분야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협력으로 이끌어가면서 관세를 최대한 부과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쪽에서는 최선의 전략이 될 것 같다.

▲허 교수=미국의 관세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단할 수 없지만 예외 신청을 받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의 안보에 오히려 반하게 되거나 미국 내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강조돼야 한다. 또 미국 전략산업 경쟁력에 한국이 얼마나 크게 기여하는지도 강조해야 한다.

▲김 실장=한 나라가 징벌적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관례다. 불공정한 관세 부과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제소하는 등의 구제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이는 대등한 위상을 지닌 국가 간에 이뤄지는 일이다. 우선 변화할 미국의 관세정책을 정확히 살펴봐야 한다. 모든 나라에 일괄적으로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차별적으로 부과하거나 우리나라의 특정 수출품에 대해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간 전략대화의 채널을 유지하고 소통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놓인 국가와 연대를 통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며, 이런 의미에서 일본 정부와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

―설비투자와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데 .

▲김 연구위원=대내외 통상환경이 악화될 때 우리가 해야 하는, 그리고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조치는 근본적인 산업경쟁력 강화다. 정치적 협상이나 피해 구제를 위한 추가 수입 등과 같은 단기적인 대응은 사실상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임시대응이며, 자칫 우리의 구조조정을 늦출 수 있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대응함으로써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과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뚜렷한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것만이 생존을 담보한다.

▲김 실장=가장 먼저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 현지에 들어가서 협력하면서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공급망 재편 등에 협력하며 다른 나라와 협력 확대를 통해 미국의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어젠다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허 교수=관세 부과가 심해지면 우리로서는 관세를 피해서 미국 시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채찍이다. 관세를 뛰어넘기 위해 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요인이 오히려 더 커지게 된다. 다만 미국에 진출했을 때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 세액공제 등의 당근은 사라지는 부정적 요인은 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관계 등 대외정책을 전망한다면.

▲허 교수=미·중 관계는 당연히 강대강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은 초당적으로 중국의 공산당 위주의 시스템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이를 확립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대중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더욱 강하게 나가겠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김 실장=알려진 대로 트럼프 행정부는 일반적으로 10~20%의 과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60% 관세를 얘기하고 있고 기술 분야에서 공급망 제한, 인적자원 분야 제한 등 강경한 대중 견제정책을 펼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기술 관련 분야의 디커플링 전략이 계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본다.

▲김 연구위원=트럼프 1기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대중정책을 보면 사실상 대동소이하다.
물론 예측 가능성과 국제적 연대공조라는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국을 전략 경쟁의 상대로 인식하고 강하게 견제하는 것은 동일하다. 반도체의 대중 수출 견제가 더욱 강화되고 중국 기업의 서방사회 진출에 더 큰 제약이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정책이 이슈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