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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자동차 할부금융 역성장

신용판매 보완 역할 기대 한몸에
고금리·내수부진 겹치며 '위축'

카드사의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 고금리와 내수부진의 영향으로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부진이 올해도 지속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동차 할부금융의 반등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신용카드사(우리·KB국민·롯데·비씨·삼성·신한·하나)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동차 할부금융 잔액은 9조3862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022년 12월 말(10조6909억원)보다 12.2% 줄어든 수치다. 기존 할부금융이 만료되는 속도에 비해 신규유치가 부족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역대 최대치를 찍은 뒤 하락세다. 2023년 9월에는 9조8994억원에 그치며 10조원을 밑돌았다. 이후 지난해 6월 말 소폭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해 9월 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잇따른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본업인 신용판매부문의 경영환경이 악화된 카드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위해 확대해온 사업이다.

특히 코로나19 동안 저금리의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자 카드사는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부진했던 신용판매 부문을 보완할 새로운 수익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더구나 대출이 아닌 임시한도를 부여 받아 자동차를 장기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선호했다.

실제 카드사 자동차 할부 결제시 부여되는 특별한도는 '부가서비스로' 분류돼 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DSR) 산정에서는 빠진다.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대출한도가 가득 찬 상황에서도 신용카드 할부를 활용하면 차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판매부문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자동차 할부금융이 수익에 도움이 됐다"며 "대출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이점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금리가 인하되고, 부동산담보대출 확대 등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구매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신차는 163만8506대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었다.
중고차 실거래 대수 역시 234만6267대로 0.7% 줄었다.

위축된 소비심리와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도 자동차 할부금융은 역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의 올해 내수 도매판매 목표는 126만대로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친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