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동학대전담 ‘업무 과중’
노원구는 한 사람당 100건 조사
학대의심 부모 악성민원도 심각
"내가 왜 가해자냐" 적반하장 일쑤
처우 개선 등 인력 증원책 절실
#1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조사 나갔는데 가해자로 의심되는 부모가 다짜고짜 욕설을 하며 고소하겠다고 하면 당혹스럽죠.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있지만 고소 위협도 받고 업무량도 많다 보니 기피되는 자리인 건 사실입니다".
#2 "올해 우리 구 인사에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지원자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팀장인 저조차도 미안해서 오라고 못해요. 일은 많고 힘든데 누가 오겠어요".
서울 자치구에서 근무하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이 입을 모아 이같이 말했다. 아동학대 피신고자들의 악성민원과 고소 위협, 열악한 근무 환경 탓에 전담공무원 자리가 기피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1명이 한해 100건이 넘는 신고를 담당하는 곳도 있었다.
■한해 평균 57건 담당…"많아도 너무 많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내 자치구에 배치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총 112명으로, 한해 평균 57.1건의 아동학대신고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 50건당 전담 공무원 1명을 배치하도록 한 보건복지부의 권고보다 7건 많은 양이다. 부산시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1명이 한해 평균 44.8건의 신고를 맡아, 서울시보다 12건 이상 낮았다.
아동학대 신고가 많은 자치구의 경우에는 전담공무원 1명이 한해 100건이 넘는 조사를 담당하기도 한다. 은평구는 정부에서 권고하는 기준 인력인 8명보다 2명 적은 6명이 근무하는 상태다.
서울 노원구 아동청소년과 신지선 주무관은 "2023년 우리 구에 접수된 아동학대 건수가 700건이 넘는데 전담공무원은 단 7명이었다"며 "한 사람당 100건이 넘는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아동학대는 신고 접수 후 60일 이내 처리하도록 하는데 사건이 너무 많다 보니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자식한테 이정도도 못해?" 적반하장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피신고자에게 욕설을 듣거나 조사 거부당하는 건 허다하다. 아동학대 가해자로 의심받는 부모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아동학대 가해자냐", "내 자식한테 이 정도도 못하냐"며 반발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소나 악성 민원으로 위협을 받기도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소송과 민원은 40건이었다. 최근 4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2건, 2022년 20건, 2023년 35건, 2024년 40건으로 매해 상승하고 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입장에선 적지 않은 고발·민원 리스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치구에 따라 법적 지원이 충분치 않아 개인이 재판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자치구 내에서 기피되는 자리로 낙인 찍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자치구 아동보호팀장은 "전담공무원은 8~9급이 대부분인데 힘든 데다가 승진도 잘 안돼서 다들 안 하려 한다"며 "실제로 우리 구는 지원자가 없어서 올해 인력이 1명 줄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전담공무원을 증원하고 싶어도 행정안전부가 자치구별 인력과 기준 인건비를 동결하고 있어서 어쩔 도리가 없다"며 "서울처럼 아동학대 신고가 많은 지역은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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