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사업실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오피셜 트럼프'라는 가상자산이 발행됐다. 발행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22조원을 넘어섰다. '오피셜 트럼프'는 고유의 기능은 없는 단순 밈코인이다. 유행에 따라 가격이 요동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가족이 코인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짜 돈벌이를 위해서 코인을 발행했을까? 대통령 취임에 맞춘 단순 이벤트로 치부해도 좋은가?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모르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친다. 트럼프코인은 대통령이 직접 가상자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여러 유명인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해 홍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겠다는 가상자산정책 선언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가상자산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는 이미 전 세계 금융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달러 패권을 강화하려는 정책적 줄기를 갖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가상자산정책의 핵심은 규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첫단추로 트럼프코인이 나왔고, 이제는 명확한 규제 위에서 스테이블코인 등 달러 패권을 강화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을 확장하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트럼프코인은 단순히 봐 넘겨서는 안된다.
"한국은 가상자산이 활성화될 수 있는 토양을 확보하고 있다. 전 국민이 디지털자산을 활용해 본 경험이 있고, 디지털자산이 활발히 거래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2017년경 글로벌 가상자산 관계자들이 한국에 와서 내놓은 한결같은 평가다. 글로벌 가상자산 큰손들이 한국에서 사업기회를 찾겠다며 한국 파트너를 찾으러 한국을 방문하면서 평가한 한국의 잠재력이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2017년 하반기 전격적으로 가상자산공개(ICO)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가상자산=불법 투기'라는 프레임을 만든 뒤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목소리는 줄었다.
당장 가상자산의 위상이 모호하다. 금융상품으로 가공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으로 위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가상자산은 투기수단으로만 봤다. 금융기업이든 일반기업이든 가상자산은 취급할 수 없도록 했다. 당국은 가상자산의 법률적 지위를 결정하지 않은 채 윗선(?)의 눈치만 봐 왔다. 한때 금융당국 수장이 "가상자산의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내 임기 동안에는 공식화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는 뒷소문까지 돌았을 정도다. 그런데 이제 가상자산정책 전환은 한국 금융당국에 발등의 불이 됐다. 자신의 이름을 딴 코인을 발행할 정도로 공격적인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우리나라만 유독 모르쇠로 버티기 어렵지 않겠는가 싶다.
우선 가상자산의 법률적 지위를 정하는 것이 정책전환의 첫단추다. 그다음으로는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가상자산 기업을 규제의 틀에 묶어 두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이미 가상자산의 법률적 지위와 투자자 보호, 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발전 방안에 대해 진중하게 공부하고 다양하게 토론할 시간 8년을 허비했다. 그러니 이제 시급히 정비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코인으로 대변되는 디지털자산 확장기에 가상자산은 단순한 투자수단을 넘어 사회와 경제의 흐름을 바꿀 새로운 재화로 자리를 잡았다.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국가 경쟁력의 한 축으로 부상하는 가상자산에 대해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준비해 줬으면 한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결단력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수다.
cafe9@fnnews.com 이벤트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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