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행권, 상생금융 논의
과도한 시장개입은 부작용 낳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행의 이자장사 논란이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뜯어고치는 식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간담회'를 전후로 기존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가산금리 산정 논란은 정치적 관점에서 일방통행의 밀어붙이기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본다. 현재 가산금리 조정이 왜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건지 합리적 근거를 내놔야 한다. 그다음에 이에 걸맞은 조정안이 나오는 게 올바른 순서다.
일단 연초부터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조정하려는 것은 현행 제도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가 인하됐는데, 예금금리만 내리고 대출금리 인하는 더디거나 오히려 일부 상승하는 문제가 벌어졌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이자비용을 더 감당하면서 은행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이익을 더 챙겨간다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크게 터진 것이다.
특히 이런 은행의 이자놀이 논란의 중심에는 가산금리 산정이 놓여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대출금리는 은행채 금리·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와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가산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이 핵심 쟁점이다. 은행들은 가산금리에 업무원가, 법적 비용, 위험 프리미엄 등이 반영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실상 은행의 대출 수요나 이익 규모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크다.
금융권과 정치권의 시각차가 큰 만큼 합리적 해결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일단 금융시장의 현황에 맞게 가산금리가 정상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비난에 대해 은행권도 수긍해야 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가산금리 산정 내역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과도한 시장개입이다. 특히 가산금리 산정 항목에서 은행의 고유 영업비용에 해당하는 것까지 제외하라는 것 역시 금융시장 기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아닐 수 없다.
정치가 시장에 지나친 개입을 할 때 언제든 그 시장은 자정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에서 기준금리가 내려가는데도 대출금리를 오히려 올렸던 이유를 은행권 책임으로 전가하는 건 몰염치한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3·4분기 이후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열풍이 불었다. 이에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요억제 조치를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활용 가능한 수단은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를 통제하는 방식밖에 없다.
실제로 올 들어선 대출 수요가 줄어들 추세다. 이에 은행권도 대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차피 가산금리를 내려 대출 수요 확보에 나서야 할 처지다. 시장의 수급논리에 따라 정상적인 금리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이번 가산금리 조정 이슈는 탄핵정국 속에 최다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최근 가산금리 해법도 지난해 말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야당이 시장의 자정 기능을 침해한다는 오해를 부를 만큼 과도한 시장개입 정책을 압박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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