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4만 부족 반도체 인력 확보키로
규제 여전, 늑장지원 현실 개선 시급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건설된 TSMC 제1공장 전경./TKWLS=뉴시스
일본이 연내 7개 반도체 거점대학을 선정하고 파격 지원책을 강구하는 등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국 내 반도체 설계·생산 관련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배출해 건설 중인 첨단기업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패권국이었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일본의 야심 찬 프로젝트 중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쫓기는 신세이면서도 국가적 지원이 여전히 미흡한 우리가 이대로 손놓고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일본 반도체 인력은 현재 16만명으로 20년 전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3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일본은 향후 10년간 4만명 이상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를 염두에 두고 거점대학을 새로 만들어 이들에 연간 1억엔씩 지급, 반도체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일부는 실습거점으로 지정돼 전국 반도체 관련 학생을 대상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금 일본은 전 지역에 동시다발로 AI 반도체 기지가 들어서고 있다. 이미 구마모토현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의 공장을 유치했다. TSMC 공장 2곳에서 연간 34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와 주요 대기업이 출자한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지토세시에서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인재풀을 서둘러 확보해 대비할 수밖에 없다.
공장 건립 후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도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TSMC 구마모토 1공장은 공장 건설계획 발표 후 3년2개월 만인 지난달 말 본격 양산을 시작했다. 6년 전 부지 선정을 완료하고도 아직 착공조차 못한 국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비교하면 전광석화라 할 수 있다. 일본의 빠른 속도는 정부 차원의 막대한 보조금 혜택 덕분이다.
일본은 이제 반도체 설계 부문까지 패권을 노린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올해 확보한 반도체 지원금 상당 부분이 반도체 설계에 투입된다고 한다.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간호용 로봇 등 첨단분야 설계 연구개발(R&D)에 쓰인다. 설계 분야 인재 육성도 더 빨라질 것이다.
의대 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는 갈 길이 멀고도 멀다. 반도체학과 정원 규제부터 낮추고 충분한 보상과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 2022년 이후 수도권 반도체학과 정원 규제가 일부 풀렸지만 업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선 반도체 인재의 양도, 질도 모두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우수 인력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도 바라볼 수만은 없다.
기존 인력을 지킬 인센티브를 강구하면서 비자제도 개선과 같은 해외 고급인재 유치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기업 반도체 전쟁이 국가대항전이 됐다는 걸 모르는 이가 없는데 우리만 이렇게 늑장인가. R&D 인력의 유연한 근무를 허용하고 반도체 투자 시설 보조금 문제도 정치권이 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래를 내다본 인재 육성 시스템은 전면적으로 다시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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