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손바닥 등에서 피가 섞인 땀을 흘리는 '혈한증'에 걸린 환자들. 29 이탈리아 여성, 눈에서 피땀이 흐르는 인도 여성 지타, 태국 소녀 농카이(왼쪽부터)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에 사는 29세 여성이 아무런 상처가 없는데도 얼굴과 손 등에서 피를 흘린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1일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A씨는 2014년부터 얼굴과 손바닥에서 땀대신 피가 흘렸다. 한번 시작된 출열은 1~5분 정도 지속됐고,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잘 때도 갑자기 피가 흘렸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출혈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A씨는 이 같은 증상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는 등 우울증과 공황 발작을 겪었고 결국 병원을 찾았다.
의사들은 검사 결과 A씨의 병명을 1000만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한다는 '혈한증'(Haematohidrosis)으로 진단했다. 혈한증은 모세 혈관이 취약해 땀 속에 혈액이 섞이는 질환이다. 평소엔 잘 지내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관이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A씨는 심장 및 혈액 순환 질환에 주로 사용되는 프로프라놀롤을 매일 복용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그럼에도 출혈량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고 한다.
의료진은 “비타민C, 항우울제, 프로프라놀롤을 사용할 수 있지만 치료는 장담할 수 없다”며 “혈한증은 수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불편함과 공포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례는 '캐나다 의학협회 저널(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에도 실렸다.
캐나다의 의료사학자이자 혈액학자인 ‘자칼린 더핀’은 저널에서 ‘혈한증’은 최근 15년간 전 세계에서 24건 보고 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혈한증 환자 대부분은 젊은 여성이나 아이들이며, 증세가 처음 시작되기 전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
희귀 질환으로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상을 완전하게 없애 줄 치료법은 없다. 또 한동안 피를 흘리지 않는 등 증상이 사라졌다가도 몇달 또는 몇년 후 다시 재발하기도 한다.
한편, 2017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태국의 7살 소녀 농카이의 사연도 전해진 바 있다. 이 소녀는 피땀 보다는 피눈물을 흘리는게 특징으로, 어느 날 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눈과 귀 혹은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 혈한증으로 진단 받았다.
2018년 베트남에서도 10대 소녀가 혈한증으로 진단받았다. 소녀는 시험을 준비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손과 얼굴 전체가 피범벅이 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2021년 인도에 사는 여성 지타 역시 한번 시작되면 얼굴 전체를 덮을 정도로 심하게 피를 흘리는 '혈한증'으로 이혼까지 당했다고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