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선심용 현금살포 목적 추경은 필요 없다

'25만원 지원금'은 혈세 낭비일 뿐
가장 급하고 긴요한 곳에 투입해야

[fn사설] 선심용 현금살포 목적 추경은 필요 없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협의체 실무 협의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정부와 여당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국정협의회 가동 때는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국민의힘도 이르면 4월경의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여야정의 추경 논의가 첫발을 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추경 시점과 내용을 두고 여야의 견해차가 워낙 큰 탓에 22일 협상은 결렬됐다.

경기회복을 위한 추경은 명분이 충분하다. 그러나 용도와 효과를 먼저 따져야 한다. 예산으로 선심정책을 펴는 것은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표 현금 살포'를 위한 추경은 동의할 수 없다. 민주당은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에 필요한 13조원,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화폐 발행에 지원할 국고 2조원 등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의 국고지원을 의무화하는 지역화폐법 개정안을 재발의하고, 사회적약자 지원법도 곧 처리하겠다고 했다.

추경은 내수 진작이라는 분명한 용도로 쓰여야 한다. 수출마저 꺾이고, 문 닫는 기업이 계속 늘어나는 비상 상황이다. 비상계엄 이후 내수는 더 깊은 침체에 빠졌고, 이대로 가다간 1%대 성장률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어려운 재정을 무릅쓰고 추경을 편성한다면 가장 급한 곳을 찾아 투입해야 의미가 있다. 적기에 적소에 써야 한다.

골고루 나눠준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정된 예산인 만큼 목표를 정해 지원해야 반향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면 잘되는 자영업자만 더 잘될 것"이라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지적은 타당하다. 가급적 빠른 추경을 전제로 15조~20조원을 긴요하게 쓰면 올해 경제성장률을 0.2%p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현금 균등분배는 포퓰리즘적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게 담겨 있다. 선심 쓰기 위한 추경이라면 재정낭비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러 차례 뿌렸던 대국민 지원금을 보면 답이 나온다. 지역 골목상권에서 지원금이 쓰이지 않아 경기회복 기대효과 달성에는 실패했다. 되레 지자체 재정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물가만 끌어올렸다. 지역상품권은 발행과 관리 비용이 들고 부정사용도 비일비재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한 행정력도 적잖게 소요된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 얻기' '민심 달래기'용 추경이라면 뒤로 미루는 것이 낫다. 어려운 재정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민주당은 끈질긴 현금 살포책을 멈추고 어디에 쓸 것인지 여야 협의로 정하기 바란다. 그러자면 국정협의체부터 먼저 가동해야 한다. 취약계층 집중 지원은 물론 인공지능(AI) 국책사업, 반도체산단 인프라 지원 등 긴요하고 생산·고용 유발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추경의 의미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재정난 속의 추경은 현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빚이며 혈세다. 그만큼 알차게 써야 한다. 절대로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