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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성의 인사이트] '집단광기'시대… 위기 몰리는 한국 경제

[김규성의 인사이트] '집단광기'시대… 위기 몰리는 한국 경제
김규성 경제부 부국장 세종본부장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시위대가 경찰 저지를 뚫고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3시간 동안 난동을 부렸다.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대통령 체포에 이어 이 난동도 사실상 생중계됐다.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매주 생긴다. 폭력도 동반한다. 사회적 불안,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불안은 전염력이 강하다. 경제에 마이너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비상계엄 후 환율이 치솟고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나왔을 때 맨 처음 낸 메시지가 '경제 정책과 정치 프로세스의 분리'였다. 정치불안의 경제 전염을 막아야 한다는 의도였다.

정부는 민간 연구기관, 국제기구에 비해 다소 낙관적으로 경제를 전망한다. 심리적 목적이 크다. 앞서서 나쁘다고 하면 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다. 그런 정부가 경제동향보고서인 그린북 1월호에 '경기하방 압력 증가'라는 문구를 포함했다. 한 달 전엔 "하방위험 증가 우려"로 표현했다. 경고 수위를 높였다. 경기 추락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인정이다.

웬만해서 안 쓰는 '경기하방' 단어를 공개적으로 명시한 건 경제위기 조짐이 있다는 거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불러올 통상환경 급변에다 국내 정치불안은 해소 기미조차 없다. 심리는 위축되고 경기는 급랭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믿었던 고용시장까지 무너졌다. 비상계엄이 휘몰아친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한 해 전보다 5만2000명 줄었다. 취업자 수 감소는 경제가 역성장하지 않는 한 매우 드문 현상이다. 3년10개월 만에 첫 감소다. 고용 급랭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소비시장 위축 장기화를 예고하는 징후다. 모든 지표가 잿빛인데 '선의'를 앞세워 낙관적 전망을 낼 수 있었을까.

'고용쇼크'로 정부가 올해 전망치로 내놓은 1.8% 성장률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제 악순환 고리가 촘촘히 연결돼서다. 12월 고용상황이 공개되기 전인 지난 14일 기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 최저치는 1.3%였다. 평균은 1.8%였다. 비상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1일 기준으로 2025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1%였다. 현 추세라면 평균은 더 떨어질 게 확실하다. 한국은행이 20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까지 낮출 수도 있다고 밝힌 게 방증이다.

경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금리인하를 핵심으로 하는 통화정책 이외의 경기부양책이 시급하다. 한은 이 총재가 공개적으로 제안한 15조~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서둘러야 한다. 여야의 정치적 대립은 첨예해도 추경 편성 협의는 해야 한다. 기업 투자 활성화라는 정공법도 필요하다. 산업 경쟁력 강화 노력은 지체돼선 안 된다.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된다면 경제정책이 정치마비 상황과 분리됐다는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과거 국회는 정치현안엔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국가경제와 민생 현안에는 공동대응한 선례가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5월 30일 시작된 21대 국회는 공수처법에서는 대치했지만 추경 등 경제법안은 공감대 속에 통과시켰다.

미국 유력 경제지 '포춘'의 경고에 주목한다. 포춘은 정치 불안에도 경제지표,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는 게 되레 한국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탄핵 위기를 신속히 해결할 필요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위기 방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치권의 자제, 협조 없인 경제가 골병이 들 수 있다는 경고다. 국제사회는 냉혹하다. 대통령 대행체제라고 봐주고 기다려주는 온실이 아니다. 탄핵심리 중인 헌법재판소 테러 가능성까지 나온다. 외국인투자자가 제일 싫어하는 혼돈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합심해 '집단 광기'를 멈춰야 한다.
법과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 정치가 경제를 삼켜 위기를 불러오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정치불안의 경제 전염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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