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인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정책들을 뒤집는 대대적인 행정명령들과 1·6 의사당 폭동 사태 책임자들에 대한 사면장에 서명한 뒤 바이든이 남긴 편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같은 날 재생가능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자금 지원을 즉각 중단토록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해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한국 업체들의 미 설비 투자 자금 조달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200억달러(약 459조원) 규모의 재생가능에너지 인프라(그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1기 집권 당시부터 “기후위기 주장은 사기”라며 재생가능 에너지 장려책을 비판해 온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유산 지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결정된 반도체 자금 지원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린 인프라 지원 없던 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2기 행정부 출범 당시인 20일, 취임식이 끝난 뒤 수 시간 동안 서명한 대통령 행정명령 가운데 그린 인프라 자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하는 명령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자금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민주, 공화 양당이 합의한 인프라법에 따라 집행돼 왔다.
트럼프는 그린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관련 제조업과 인프라 개발업체들에 지원하던 정부 자금 방출을 중단시켰다.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에너지부가 이미 대출하기로 합의했던 500억달러 가까운 정부 자금, 또 현재 대출 신청에 따라 검토가 이뤄지고 있던 2800억달러 자금 지원이 모두 중단된다.
트럼프는 ‘미 에너지 고삐 풀기’라는 제목의 이 행정명령에서 “모든 기관들은 즉시 자금 배포를 중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명령으로 미시간주 유틸리티 업체 DTE에너지에 지원하기로 한 조건부 대출 90억달러, 오리건주 유틸리티 업체 퍼시피코프에 지원하려던 35억달러 자금 방출이 끊길 위기에 처하는 등 재생가능 에너지 업체들의 대규모 설비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
자금 지원, 실제 돈 풀리기 전까지는 몰라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쐐기를 박은 자금 지원 사업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LG엔솔의 배터리 공장 역시 IRA에 따른 자금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선임 애널리스트 롭 바넷은 “IRA와 연계된 자금 지원이나, 대출을 약속받았지만 아직 돈이 실제로 지원되지 않은 경우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 돈이 실제로 문지방을 넘어서는 것을 보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통해 미 경기를 다시 활성화한다는 바이든의 ‘그린 뉴딜’을 끝장내겠다고 약속하고, 대신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겠다고 다짐해왔다.
뉴욕 사모펀드 모빌리티 임팩트 파트너스의 샤이 나타라잔은 “트럼프 행정명령들은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업이 연방정부 자금에 접근하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추진 중인 이들 제조업 설비 자금 마련이 위기에 빠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2021년 통과된 인프라법에서는 미 교통시스템 개선에 1조2000억달러를, IRA에서는 3700억달러 세액공제, 공여, 대출을 지원하게 돼 있다.
트럼프가 바이든의 그린 뉴딜을 끝장내겠다고 다짐한 터라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5일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자금 방출에 속도를 냈다.
수주일 동안 500억달러 가까운 자금을 대출했다.
그러나 자금 방출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계획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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