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노인 1인 가구 주거환경에 관심
규제 풀리자 대기업도 '시니어 레지던스' 주목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5.5%입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1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데요.
[혼자인家]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부터,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정책, 청년 주거, 고독사 등 1인 가구에 대해 다룹니다. <편집자주>
/사진=EBS
[파이낸셜뉴스] 우리는 노년을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실제로 2025년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1인 가구에 대한 주거환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남 장성에 있는 한 고령자 복지주택이 좋은 예로 소개됐다.
요양원이 싫은 80대, 나는 노인아파트에 산다
이곳은 65세 이상 어르신들만 살 수 있는 시니어 아파트로, 안전을 고려한 설계는 물론 복지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아파트 출입구는 입주민들의 낙상 방지를 위해 계단, 문턱 등 바닥의 단차를 없앴다. 모든 벽면에는 안전 손잡이가 설치돼 있고, 엘리베이터는 휠체어 등 이동 보조기기의 사용이 편리하게 넓고 깊게 만들어졌다.
시설도 다양하다. 건강관리실을 비롯해 다목적강당, 찜질방, 경로식당 등 아파트 거주자라면 365일 이용 가능하다. 특히 어르신들의 건강을 고려한 밥상은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심심할 틈도 없다. 매 시간별 한글수업, 춤수업, 미술수업 등 여러 프로그램 촘촘하게 짜여있기 때문이다.
82세 위정순 할머니는 한글수업 모범생이다. 위 할머니는 "받아쓰기 열 문제가 나오면 100점 맞으려고 애를 쓴다. 간판도, 차 번호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는 한 글자 한 글자 아니까 (좋다)"며 직접 쓴 글을 자랑했다. 그토록 배우고 싶던 한글도 배우고, 이곳에서 인생 2막을 즐기고 있었다.
고령자 복지주택은 수도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80세 이용신 할아버지는 (2020년 기준) 보증금 약 224만원, 관리비 월 4만원으로 복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뇌종양으로 투병했던 아내를 20년 동안 보살폈다. 아내가 사망한 후 해당 아파트에 들어와 살며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노노케어(老老care)'로 하루하루를 보람있게 생활하고 있다. 복지주택은 입주 자격에 따라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다르게 책정된다. 정부 지원시 월 임대료가 차감된다.
국내 건설사, 시대 흐름에 맞춰 시니어 주택에 주목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건설사들은 시니어 주택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7월 시니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폐지한 분양형 실버타운을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을 위한 건설 자금에 주택도시기금 공공지원 민간임대 융자도 지원했다.
정부는 각종 규제를 풀어 시니어 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을 지난해 기준 0.12%에서 오는 2035년까지 3%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실버스테이 도입과 함께 과거 폐지됐던 분양형 실버타운을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분양형 실버타운은 과거 분양을 받은 뒤 고령층이 아닌 자녀 등 무자격자 소유 논란, 허위·과장광고 문제 등 논란이 많아 2015년 폐지됐다. 아울러 시니어 주택 조성을 위한 건설 자금에 주택도시기금 공공지원 민간임대 융자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2027년 첫 입주를 목표로 ‘어르신 안심주택’을 추진 중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30∼85% 수준으로 도시 중심부 역세권에 조성된다. 지난달 26일에는 ‘폐교재산 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폐교를 노인복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업계에선 베이비부머(1955~63년생)세대를 시니어 주택 시장의 주요 구매층으로 보고 있다. 자녀에 의존해 노후를 영위하던 기존 시니어와 달리 베이비부머 세대는 주거·취미생활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발한 서비스를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제도적 한계에 정부 ”규제 개선, 혜택도 늘리겠다“
다만, 제도적 한계에 대한 문제점은 있다. 지난해 12월 6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시니어 시설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최민아 LH 토지주택연구원 국토공간연구실 센터장은 “노인복지주택은 노유자시설에 지은 준주택이다 보니 주거 인가를 받아 주택시설로 공급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노유자시설 용도로만 허용되는 땅을 찾아 공급해야 해 사실상 ‘집이 아닌 집’을 지어야 하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 보니 시니어 주택 활성화가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이 새로운 건축법이나 주택법을 통해 메디컬 케어가 좀 더 강화된 유형을 포괄하는 노인의료주택 등 새로운 주택 형태로 용도나 주거 유형을 규정해 준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금 지원이 확대될 수 있어 민간의 사업 시행 여건이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허경민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정책과장은 “저소득자 대상인 고령자복지주택인 ’공공임대주택‘과 나름의 소득이 있는 계층이 입주하는 ’노인복지주택‘ 사이 중간층에 대한 주거 선택지가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허 과장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복지주택보다 저렴하고 입주 조건도 낮춰서 노인뿐만 아니라 유주택자도 들어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세제라든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금융지원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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