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해 4·4분기 충격적인 0.1% 경제성장에 이어 올해도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추경에 신중했던 정부도 이를 검토할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23일 국회와 추가 재정 투입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나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커, 추경 시점과 규모를 둘러싼 협의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이는 당초 한국은행 전망치(0.5%)의 5분의 1 수준으로, 연간 성장률도 2.0%에 머물러 간신히 잠재성장률에 도달했다.
건설 투자와 민간 소비가 부진했던 점은 추경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4·4분기 건설 투자는 건물과 토목 공사가 모두 감소하며, 전년 대비 5.3% 줄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4·4분기 성장률에서 건설 투자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건설 투자가 약 0.5%p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 투자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 있었지만, 공사비 상승, 지방 부동산 시장 부진,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 악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예상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며, "대규모 아파트 준공 물량이 4·4분기에서 올해 1·4분기로 이연되면서 경제 지표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간 소비 증가율도 0.2%로 예상치(0.5%)를 밑돌았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겹치며 가계 소비 여력이 한계에 봉착했고,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 자영업자들이 느낀 내수 감소 폭이 컸다.
올해 경제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4분기의 저조한 성장률이 기저효과를 통해 올해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4·4분기 성장률 둔화가 올해 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추경 규모로 15조~20조원을 제안하며,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고 추경에 힘을 싣었다.
정부는 여야정 국정협의체 합의를 전제로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각종 법안과 추경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업 등은 국정협의체 과정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경 규모나 지원 대상을 둘러싼 여야 간 차이가 커, 실제 편성까지 갈 길이 멀다.
민주당은 최소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하며,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도 추경 논의는 열려 있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지원 방식은 반대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 20조원 이상의 추경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다.
정부 내에선 이 총재가 제시한 15조~20조원 수준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급랭을 방어하는 데 추경 편성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국가 채무 증가와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4분기 경제지표와 대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 시점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국정협의체가 가동되지 않는 경우에도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