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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안·경제심리 위축… "1분기 성장률 0.5% 밑돌 수도" [연초부터 성장률 '경고등']

건설경기 부진 심화·수출 약세
3개 분기 연속 0.5%미만 우려
1%대 저성장 국면 진입 가능성
추경 등 내수 부양카드 서둘러야

정치 불안·경제심리 위축… "1분기 성장률 0.5% 밑돌 수도" [연초부터 성장률 '경고등']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4분기부터 건설투자 부진 여파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0.5%)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사상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0.5% 미만에 그치며 장기 저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올해 수출 부진 우려가 확대되면서 성장률 방어를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건설 경기 악화에 수출도 약세 전망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0.5%)를 하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11월에 전망치에서는 전분기 대비 0.5% 성장할 것으로 봤으나 더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부진에 따른 결과다. 레고랜드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영향이 지속된 가운데 지난 2023년 전후로 건설 수주, 착공이 위축됐던 부분들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인건비와 공사원가 등이 급등한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에 부동산 거래마저 위축돼 올해 상반기까지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제의 핵심 축인 수출도 부진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 국장은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측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세계은행(WB)은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이 0.3%p 하락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올해 1·4분기 성장률이 0.5%를 밑돌 경우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 경제성장률은 3개 분기 연속 0.5%를 하회하게 된다. 1960년 이후 국내 경제가 3개 분기 이상 0%대 성장을 기록한 것은 2004년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총 8차례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0.5% 미만의 성장률을 3개 분기 연속으로 기록한 적은 없다.

■추경 필요성 확대

올해 한국경제가 1%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 4·4분기 0.1% 저성장 쇼크가 올해 성장률의 출발점을 끌어내리는 '이월 효과'로 작용한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0일 이례적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전망치(1.9%)보다 0.2~0.3%p 낮춘 1.6~1.7%로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낙관적일 수 있다는 부분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7%를 기록했고, 툭히 JP모건은 1.3%로 예측했다. JP모건은 "소비심리가 정치·정책 불확실성으로 급락하는 등 내수부문이 취약하고, 당분간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변수는 추경이다. 신 국장은 "최근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이 빨리 필요하지 않느냐는 논의들이 나오는데 추경이 상반기에 가시화되고 집행되면 민간 소비심리 위축이나 건설투자 부진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0.5%)를 크게 밑돌면서 한은의 성장률 전망에 대한 신뢰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민간 소비, 건설투자 실적이 전망치와 차이가 컸다"면서 "지난해 12월 신규분양, 건설 수주 및 착공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달 정치 불확실성 등도 11월 전망에서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 실패로 평가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