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합성한 딥페이크로 유인
관심 보이면 "신상 알리겠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
계급 빌미로 경쟁까지 부추겨
영상 제작해 넘긴 33명 추적 중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하고 성폭행하는 등 조직적 범행을 저질러 수백명의 피해자를 만든 다단계 사이버 성범죄 조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범죄단체조직과 강간, 성착취물제작과 배포 등의 혐의를 받는 총책 A씨(33)를 비롯한 조직원 14명과 허위영상물을 제공한 B씨(30)를 포함한 40명 등 총 54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영상물을 제작해 이들 일당에게 제공한 33명도 추적 중이다.
총책 A씨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이달까지 사이버 성폭행 조직인 '자경단'을 구성하고 아동과 청소년, 성인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며 성인과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는 등 총 19개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인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지인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에 관심을 보인 남성과 성적 호기심을 보인 여성에게 접근한 A씨는 이들의 신상정보를 확보해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피해자로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기도 했다.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은 총 14명인데, 이 중 가장 어린 조직원은 15세의 중학생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조직원들은 미성년자 학생이 총 7명으로 가장 많았고, 나이대도 10대가 11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A씨는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계급을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본인을 '목사'로 칭하고, '목사-집사-전도사-예비전도사'로 이어지는 상명하복 계급 체계를 만들었다. A씨는 계급 상승을 빌미로 피해자 물색, 활동자금 관리, 유사강간 등을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드라마 '수리남'을 모티브로 계급을 구축했는데, 외부에 조직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피해자와 조직원을 상대로 성적학대를 이어갔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1시간마다 일상을 보고를 받고 나체사진 등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그는 여성 피해자들에게 남성과 성관계를 가져야만 지배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협박해 미성년자 10명을 상대로 강간하고 이를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조직원들에게는 다른 조직원을 상대로 유사강간 등을 지시한 것도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의 영상물 피해자는 총 234명(박사방 73명)이다. 여성 피해자는 150명이다. 또 10대가 159명으로 가장 많았다. 성착취물과 불법촬영물, 허위영상물은 총 1546건이 제작됐는데,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작된 영상 1004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A씨가 박사방과 N번방 등 유사범죄를 꾸준히 연구해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해자를 양산해 박사방 사건 등과 비교해 더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신상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 회의를 통해 공개 여부가 결정될 방침이다.
경찰은 국내 최초로 텔레그램의 공조를 통해 일당을 검거했다. 오규식 사이버수사대장은 "악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며 "사이버 성폭력 가해자는 반드시 검거된다"고 강조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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