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칭하며 북미대화 의지를 내비쳤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묵묵부답이다. 대미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던 최고인민회의에 아예 불참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24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14기 12차 회의가 22~23일 개최됐는데 김 위원장은 당 총비서로서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 불참에 따라 대미·대남 메시지는 별도로 나오지 않았고, 김 위원장이 지시했던 ‘적대적 2국가론’ 반영 헌법 개정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북한은 관영매체에 두 줄짜리 보도를 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은 이제 핵보유국”이라는 발언도 거론치 않았다.
이에 22일 최고인민회의가 예정된 만큼, 김 위원장이 직접 대미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최고인민회의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20차례 열렸는데, 이 중 11차례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했고 5차례 직접 연설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초 최고인민회의에선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적대적 2국가론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대미·대남 메시지를 삼간 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협상의 구체적인 조건도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선제적으로 속내를 드러내봐야 실익이 적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2기 출범 직후라는 점에서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향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국 언급을 했지만 협상의 틀 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게 아니고, 트럼프 고유의 협상 스타일에 비춰 북한에 러브콜을 보내 관리하려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분수령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발표와 미 고위인사들의 대북 언급 수위, 올해 상반기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라며 “다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라도 파국을 의미하는 건 아니고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협상 전략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반응하는 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 기존 강 대 강 대응 기조를 유지하며 수위가 조절된 자위적 핵무력 고도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이른바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한 바 있다. 과거 트럼프 1기 정부와의 북미협상이 ‘노딜’로 끝난 것을 두고 대화무용론을 펼친 것인데, 이를 내세워 향후 북미협상의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는 것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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