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 승인 여부 조만간 결론
통도사, 환경단체 반대 입장 유지.. 울주군민들 통도사 중립 요구
통도사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 이후 관광객 크게 증가
2025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 관광지로 유명세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은 극구 반대
케이블카로 등산객 증가하면 사찰 및 수행환경 훼손 주장
울주군민들 사찰 관광객은 괜찮고 등산객은 안 되나 분노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2월에 본안 심사 결과 내놓을 듯
통도사 -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위치와 노선. 케이블카는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하부정류장)~신불산 중턱 상부정류장 약 2.46km 길이로 설치되며 통도사 대웅전은 상부정류장에서 직선거리로 5km 떨어져 있다. 울주군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경남 양산 통도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 한 해 방문객 수 120만명을 가뿐히 넘기면서 인기 관광지에 등극했다. 주변 상권도 호황을 맞고 있다.
반면 이 같은 소식에 인근 울산 울주군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신불산 중턱에 추진 중인 산악 관광 케이블카 사업이 통도사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과 삼남읍, 상북면 등 영남알프스에 인접한 울산 서부지역은 새로운 관광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침체를 겪고 있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은 그 대안으로 추진 중이다.
케이블카 종점이 통도사에서 직선거리로 5km 떨어져 있는 신불산 중턱에 위치하지만 통도사 측은 세계유산 가치와 수행 환경이 훼손된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그동안 세 번이나 추진된 울주군의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은 환경 훼손 논란 끝에 모두 무산됐다. 네 번째 도전에 대한 환경부의 승인 여부는 다음 달 판가름 날 전망이다.
울산지역 80여 개 사회단체가 지난해 6월 27일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광장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 네 번째 도전.. 2월 중 판가름
30일 울산 울주군에 따르면 이번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인 민간투자사는 지난해 12월 18일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환영영향평가서 본안은 사업계획, 사업성 외에 지금까지 제기된 찬성 여론과 타당성, 반대 의견에 대한 해명, 반박, 대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본안에 대한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동의만 얻게 된다면 케이블카 설치 공사는 곧바로 시작된다. 심사 결과는 오는 2월 중 나올 예정이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울주군 신불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은 그동안 세 번이나 추진됐다. 그때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반대 측이 주장하는 동식물 서식지 파괴와 자연 경관 훼손을 이유로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네 번째 시도인 이번에는 지난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통도사가 가세해 반대 운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통도사는 영남알프스 9봉의 중 한 봉우리인 영축산 아래에 있다. 영축산(해발 1081m)은 신불산(해발 1159m)과 억새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통도사는 케이블카 설치로 등산객이 증가하면 영축산에도 등산객이 늘어나 사찰과 수행 환경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도사 영축환경위원회는 "케이블카 사업 추진은 통도사의 세계유산 가치와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보전 가치에 반하는 행위"라며 "통도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산과 사찰, 역사가 어우러진 문화 환경적 가치가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 울주군 찬성 주민들은 이러한 주장이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영축총림 통도사 영축환경위원회 승려들이 지난 2023년 11월 20일 통도사 일주문 앞에서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통도사 영축환경위원회 제공
■ "통도사 중립 지켜라" 울주군 상인들 분노
주민들은 "케이블카 종점이 들어서는 신불산 능선에서 영축산 아래 통도사까지는 7km 안팎의 등산로를 따라 보통 걸음으로 3시간가량 걸리는 먼 거리이다"라며 "차량을 타고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은 괜찮고 케이블카와 등산객만이 자연과 수행 환경을 훼손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라고 반문한다.
지난해 11월 단풍철을 맞아 관광객 차량들이 줄지어 통도사 입구로 향하고 있다. 봄 가을 등 나들이 철에는 통도사를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주변 상가와 도로변은 북새통을 이룬다. 사진=최수상 기자
주민들에 따르면 통도사 주변 지역인 양산시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 관광객 증가로 지역 경제에 활기가 돌고 있다.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하면 주말과 휴일 통도사 입구 일대는 방문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 분석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통도사에는 128만명이 방문했다. 경상남도 역사 부문 관광 1위였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역사 관광 분야 순위에서도 전국 5위를 차지했다.
2024년에는 상반기에만 방문객 수가 이미 13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증가세에 힘입어 통도사는 '한국관광 100선'(2024~2025)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에 반해 울산지역을 통해 영남알프스 찾는 한 해 등산객은 11만명에 그치고 있다.
울주군 언양읍의 한 식당 주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추진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관광객 증가에도 목적이 있다"라며 "관광객 증가가 사찰과 수행 환경에 큰 악영향이 없다는 것을 통도사가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만큼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서는 통도사가 중립을 지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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