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라이브 방송 캡처
메이저 세계기전 LG배에서 기권패한 중국 커제 9단이 “한국서 모욕을 당했다.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커제는 전날 라이브 방송을 통해 눈물까지 흘리면서 LG배 기왕전 결승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커제는 “LG배는 9번째 세계 챔피언 도전이었기 때문에 무척 중요했고, 몇 달 동안 게임과 SNS를 끊고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었다”면서 “저는 그날 이후 악몽 속을 헤매고 지옥을 걷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밥도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정말 충격적이었다. 매일 밤 눈을 감으면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상대방이 저를 신고한 뒤 제가 심판에 항의를 하는 동안 상대방은 현장에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면서 “한국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며 웃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쩌면 내가 멍청하다고 비웃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방도 부끄러워서 쓴웃음을 지었을지 모른다”면서 “상대를 악의적으로 추측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신관에서 변상일 9단과 커제 9단이 맞붙은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최종 3국은 커제가 심판의 경고와 벌점 2집에 불복하면서 변상일이 기권승을 거뒀다. 전날 열린 2국에서 커제가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위반으로 경고 2번을 받아 반칙패를 당한 데 이어 3국에서는 심판의 사석 위반 경고를 거부한 뒤 끝내 대국을 포기했다. 세계대회 결승에서 반칙패와 기권패가 발생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문제는 패싸움 도중 155수로 백돌 1점을 따낸 커제가 사석 통에 넣지 않고 초시계 옆에 놓은 데서 비롯됐다. 잠시 후 사석 2개가 밖에 나와 있는 상황을 파악한 커제는 재빨리 돌을 주워 사석 통에 넣었다.
하지만 몇 수 뒤 심판이 다가와 커제에게 경고와 벌점 2집을 선언했다. 전날 2국에서도 똑같이 사석 관리 실패로 2차례 경고를 받아 반칙패를 당했던 커제는 3국에서도 경고를 받자 분노가 폭발했다.
커제는 심판에게 큰 소리로 항의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기원은 2시간여 동안 중국 측을 설득하며 대국을 계속 이어가려 했으나 커제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국장을 떠났다.
한국기원이 LG배 결승에서 논란을 겪은 '사석 관리' 규정을 다시 손 보기로 했다. 사석 관리 규정은 국제대회 때 중국 선수들이 따낸 돌을 여기저기 던져놓아 형세 판단에 혼란을 겪는 상황을 방지하려고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바둑에서는 계가 때 사석을 집을 메우는 데 사용하기에 선수들이 대국 도중 상대 사석 수를 확인하고 형세를 판단한다.
반면 중국 바둑에서는 계가 때 반상의 살아있는 돌만 세기 때문에 사석이 필요 없다. 따라서 따낸 돌을 아무 데나 던져 놓거나 상대 바둑통에 넣는 경우도 있다. 다만 중국 선수들이 한국의 바뀐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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