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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업도 위기? 트럼프 관세 충격에 K푸드 수출 빨간불


2024년 K푸드 지역별 수출 실적(잠정)
(백만 달러)
수출 상대국 수출액(전년 대비증감율)
미국 1593(21.2%)
중국 1513(7.9↑)
일본 1374(-4.3%)
아세안 1909(4.3%)
유럽 681(25.1%)
중동 336(10.0%)
중남미 236(21.8%)
(농식품부)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농식품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중 교역 감소로 전 세계적 농식품 공급량 과잉이 국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중국 경기 위축에 따른 한국 농식품의 대(對)중국 수출 감소 가능성도 우려됐다. 전문가들은 ‘수출 다변화’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중, 대미 수출 난기류
2일 농업계는 긴장감 속에서 트럼프의 중국 관세 정책을 보고 있다. 농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국내 농식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이다. 미·중 간 농식품 교역이 감소할 경우 세계 시장에서 양국의 농식품 공급이 증가한다. 공급 과잉으로 저가 농식품이 해외 시장에 풀리면 K푸드도 수출 경쟁이 치열해지는 셈이다.

트럼프는 캐나다 및 멕시코에 25%, 중국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0일 재집권 이후 처음 실제로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부과 조치는 오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관세 부과가 면제되는 품목은 없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 역시 맞대응에 나설 방침을 내세우면서 '관세 전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농업 전문가들은 관세 전쟁 및 미·중 무역갈등이 K푸드의 중국 공략을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기 위축으로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농식품 공급 과잉으로 중국산 농식품 가격이 하락하면, 현지 시장에서 K푸드의 가격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 지난해 대중국 K푸드 수출액은 15억1300만달러(한화 약 2조1848억원)로 2위 교역국이다.

미·중 분쟁이 가시화되면 대미 K푸드 수출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15억9300만달러(약 2조3003억원) 규모로 1위 교역국이었다. 중국 역시 맞불작전으로 미국 수입품 관세를 올릴 경우 미국과, 중국의 교역량 감소로 과잉 공급된 농산물이 K푸드 보다 싼 가격에 풀릴 수 있어서다. 관세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점도 우려됐다.

서진교 GS&J인스티튜트 원장은 “2016년 미국의 대중 수출액이 216.96억달러였지만 트럼프 1기 때 관세전쟁으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자 2018년 미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액은 92억4000만달러로 50% 이상 급감했다”며 “이 때문에 미-중 갈등이 상호 보복으로 발전하기 이전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 동남아 진출 강화해야
트럼프가 고려하는 보편 관세(전 세계 모든 국가에 10~20% 관세 부과) 역시 수출 기업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관세가 오르면 농식품 물가도 상승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주재 농무관이 미국 농무부(USDA), 미국 농업 단체 등과의 접촉을 강화해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최정윤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보편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일부 농식품 대기업을 제외한 국내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면서 “미국 내 한국산 농식품과 미국산 농식품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미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미 수출 전략을 재검토하고, 국산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 및 친환경 상품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다변화 정책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한식 마케팅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화를 통해 수출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식 경험 확대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도시에 쿠킹 클래스 개설, 현지 한식 조리대회 개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처럼 세계적인 한식 조리학교 개설도 제언됐다.

정대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중국, 일본 3개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약 50% 수준”이라며 “최근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유럽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검역, 인증 등 비관세 장벽 대응을 강화해야 하며, 경제성장이 가속화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단을 운영해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 경쟁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