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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도광산-군함도 모두 뒤통수..세계유산 취소 요구 ‘강수’ 두나

日, 사도광산-군함도 모두 뒤통수..세계유산 취소 요구 ‘강수’ 두나
일본 해상에서 본 군함도와 사도광산 갱도.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사도광산과 군함도 모두에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 반영 약속을 어겼다.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하며 대응책을 모색 중인데, 전임 문재인 정부 때 시도했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등재 취소 요구를 하는 등 강수를 둘지 주목된다.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 이어 군함도 약속 또 어긴 유네스코 보고서

2일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 세계유산위에 근대산업시설 관련 후속조치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군함도 관련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사안들은 담기지 않았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 시간으로 지난 1일 제출된 지 두 달 만에 공개됐다. ‘전체 역사’ 반영 약속 관련 조치에 대해 “한국인 노동자의 증언을 참고자료로 비치했고, 지난 2년 동안 한국인을 비롯한 광산 노동자들의 봉급과 복지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지원했다”며 “한국 정부와 대화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부가 일 측에 요구하고 약속을 받아냈던 사항들과는 거리가 멀다. 구체적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을 직접 전시하는 등 전체 역사를 설명하고, 한일 강제병합을 합법이라고 강변하는 전시물을 철거하며, 강제동원 피해자 추모 등에 합의했다. 사도광산 등재에 합의하면서 다시금 약속했음에도 또 다시 어긴 것이다.

일 측은 지난해 사도광산 사료 전시에 강제징용 역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매년 열기로 합의한 첫 추모식부터 파행시키는 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올해는 사도광산 사료 전시 보강과 한일 양측이 모두 참석할 수 있는 진정한 추도식 개최가 이뤄지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군함도 관련 약속 불이행으로 가능성이 현격히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군함도와 사도광산 모두 세계유산 등재 때에만 강제징용 역사를 잠깐 인정하는 척하고, 등재 이후에는 모른 체하는 것이다. 군함도가 등재된 2015년부터 사도광산이 등재된 지난해까지 약 10년에 걸쳐 뒤통수친 꼴이다.

日, 사도광산-군함도 모두 뒤통수..세계유산 취소 요구 ‘강수’ 두나
지난해 11월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에서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부 "향후 등재 어려울 것" 경고..文정부 '등재 취소 요구' 재시도 목소리도
외교부는 즉각 유감을 표했다. 이재웅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세계유산위원회의 거듭된 결정과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들이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데에 다시 한 번 유감을 표한다”며 “일본이 국제사회에 스스로 약속한 바에 따라 관련 후속조치를 조속히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외교부는 유감 표명에 더해 일 측에 항의를 전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 약속 이행 없이는 앞으로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계속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강제동원 역사가 있는 유산의 추가 등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허한 항의와 경고만 내놓기보단 일 측이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강수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 매번 과거사로 갈등을 일으키고, 우리나라가 수동적인 반응만 보이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시도했던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20년 6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등재 취소 가능성 검토 포함 결정문 채택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당시 실제로 등재 취소가 검토되는 일은 없었지만, 약속 불이행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를 지속한다면 유네스코 내에서의 일본의 입지가 줄어드는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는 정무적 판단을 요하는 과감한 대응이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에선 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에 2번째 사도광산 추도식이 열리는 만큼, 탄핵정국 이후 정부는 이를 계기로 과거사 대응에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日, 사도광산-군함도 모두 뒤통수..세계유산 취소 요구 ‘강수’ 두나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