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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심장, 우리 손으로"… 국산 항공엔진 개발 박차 [밀리터리 월드]

방사청, 3조3천억 투입 14년 내 개발 목표
G7 ‘미사일기술통제체제’ 장비·기술 통제
스텔스 무인기 ‘가오리-X’ 엔진도 제한 전망
"미래 전장 주도권 확보, 국산 엔진은 필수"

"KF-21 심장, 우리 손으로"… 국산 항공엔진 개발 박차 [밀리터리 월드]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지난 11월 1000소티(sortie)째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소티는 항공기 1대가 임무 수행을 위해 출격한 횟수를 뜻한다. KF-21은 2022년 7월 시제1호기 첫 비행을 시작으로 공중급유 및 공대공 무장 발사 등의 다양한 비행시험을 수행해 왔다. 현재는 저고도, 고고도, 저속, 초음속 등 다양한 비행영역에서 비행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KF-21 심장, 우리 손으로"… 국산 항공엔진 개발 박차 [밀리터리 월드]
"KF-21 심장, 우리 손으로"… 국산 항공엔진 개발 박차 [밀리터리 월드]
한국형 전투기 KF-21을 위한 GE의 F414 엔진. 방위사업청은 첨단 항공엔진 개발계획안을 심의하고, 2030년대 후반까지 3조3500억원을 투입해 1만 6,000lbf급 첨단 항공엔진을 개발할 예정이다. KF-21을 위한 제너럴 일렉트릭 F414 엔진은 F404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추력을 더욱 증가시키고 고고도-고속 영역에서 퍼포먼스 향상을 위해 효율이 증대된 고압 터빈과 정밀한 형상 설계로 유체역학 성능이 강화된 단결정 압축 블레이드로 구성된 압축기를 도입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 제공
"KF-21 심장, 우리 손으로"… 국산 항공엔진 개발 박차 [밀리터리 월드]
국산 스텔스 무인기 가오리-X가 KF-21 보라매(앞쪽)와 작전하는 상상도 방위사업청 제공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제공권 장악을 위한 첨단 기술개발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K-방산'이 차세대 첨단 전투기 엔진의 국산화, 국가전략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유는 현대 전장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인 공중 전력의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자주국방을 실현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우리 손으로 개발한 최초의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도 심장인 엔진이 미국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의 허락 없이는 수출이 제한돼 첨단 전투기 엔진의 국산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2030년대 후반까지 3조3500억원 투입

2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과천청사에서 25-1차 첨단기술사업관리위원회를 열어 '첨단 항공엔진 개발 기본계획안'을 포함한 미래도전국방기술 사업추진계획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심의는 국내기술로 독자 개발하는 차세대 항공무기체계에 필요한 엔진의 목표 성능과 사업 추진 방식 및 일정 등이 포함됐다.

방사청에 따르면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에 들어가는 미국 업체 GE의 F414-GE-400K 엔진인 1만4770lbf(파운드포스, 지구의 중력 하에서 1만4770파운드의 무게를 밀어 올릴 수 있는 힘)보다 뛰어난 1만6000lbf급 성능의 첨단 항공엔진 개발을 목표로 추진한다.

이는 지난 2023년부터 약 1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주관으로 수행한 개념연구와 2024년 미래도전국방기술 기획연구를 통해 민·관·군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고 분석한 로드맵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은 "미래 전장의 기술적 주도권 확보를 위해 미래도전국방기술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향후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청은 현재 면허 생산하는 국산화율 40% 수준인 KF-21용 항공기 엔진을 완전 국산화한 첨단 항공엔진을 장착해 시험 비행이 가능해지는 시점까지 약 14년(2039년)이 소요되고, 비용은 3조35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넘는 국산화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래의 항공 전투력의 핵심 확장전력은 유인 전투기 1대와 함께 묶여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는 여러 대의 고성능 장거리 드론의 성능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은 단거리 1회용 자폭형 드론과는 다른 차원이란 설명이다.

1987년 4월 미국의 주도로 G-7이 설립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는 500kg 이상의 탑재중량을 300km 이상 거리로 운반할 수 있는 로켓 및 무인비행체(UAV: Unmanned Aerial Vehicle)와 관련 장비·기술의 확산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대량살상에 사용되는 물질이 아니라, 그 물질의 운반수단을 통제하려는 취지로 설립 당시 가장 단순한 형태의 핵탄두의 중량이 약 500kg이고, 핵미사일을 발사국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운용할 수 있는 최소사거리가 300km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MTCR은 현재 세계 35개국의 회원국으로 늘었으며, 1993년 이후엔 생물·화학무기를 비롯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운반 미사일·무인비행체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ADD는 2020년 8월 창설 50주년을 맞아 스텔스 무인기 '가오리-X' 또는 그 개량형을 개발 중이며 현재 약 70%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공개된 가오리-X는 길이 10.4m, 날개폭 14.8m로 중량은 10t에 달하는 대형 무인기였다. 속도는 마하 0.5 이하, 최대 비행시간은 3시간 이하로 고도 10㎞ 이내로 비행한다.

이에 KF-21의 파트너이자 수호자 역할을 수행하는 가오리-X와 유사한 동급의 고성능 공중 드론에 쓰는 엔진도 MTCR에 의한 통제 품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KF-21용 항공기 엔진 뿐 아니라 고성능 공중 드론에 장착할 항공엔진의 국산화에 국방력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뜻이다. 우리가 고성능 무인비행체를 제 때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면 북·중·러가 고급 공중 드론을 찍어내기 시작할 때 대항할 수단이 없어 군사적 무력화가 가중될 우려마저 제기된다.

■자주국방 핵심, 전투기·고성능 무인기용 엔진

이같이 향후 미래 항공전에서 유무인 복합(MUM-T, Manned UnManned-Teaming)을 갖추지 못하면 전투기의 생존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KF-21은 2032년까지 120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유무인 복합체계 적용시 1대 2 혹은 1대 4 정도가 적용될 전망이다.

우선 최소 240대에서 최대 480대까지 고성능 무인비행체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당 수량은 무인비행체용 항공기 엔진과 중요 핵심 구성품을 국산화해도 경제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방사청측 입장이다.

다만 해외에서 고성능 무인기를 수입해 적용하게 될 경우의 문제는 KF-21 등 국산 전투기와 연동을 위해 관련된 기술적인 특성, 핵심 기술을 외국 업체에 공개해야 하는 보안 문제도 발생한다고 방사청 관계자는 지적했다. 앞으로 공중전에서 유무인 복합이 대세가 되면 무인기 항공 엔진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 그 공급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2030년대 후반을 목표로 1만6000lbf급 성능의 첨단 항공엔진 개발하는 중간 과정에서 고성능 무인기 장착에 충분한 6000~1만2000lbf 정도의 항공 엔진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해외 선진국이 국산 전투기용 항공 엔진 판매를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요"라고 반문한 뒤 "무인기의 역할이 확대되는 미래 전장에서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다.
사실상 무인기용 엔진은 개발 기술의 난이도 뿐 아니라 엔진 자체를 수입해 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K-방산의 핵심인 첨단 항공엔진 개발 사업이 순조롭게 이행되려면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투자와 강력한 전방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 상쇄를 위해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의 강도와 템포를 높이는 조치도 필요하다"며 "외교와 국방이 고강도로 연계되도록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