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자기과신, 정말 리스크일까
비크람 난다 美텍사스 주립대 경영대학 석좌교수
대담 = 한문희 美텍사스공과대 재무학 조교수
자기 과신형 경영자가 성과 내려면 이사회의 적절한 견제 필수
사베인즈-옥슬리법, CEO 과잉행동 억제 등 지배구조 변화 기여
성별 다양성은 기업 가치 증대와 함께 지속성장 위한 핵심 요소
이사회 구성원 다양성도 제고해야… 비효율적 규제 방식은 지양
비크람 난다 교수는 미국 텍사스 주립대 댈러스캠퍼스 경영대학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기업 재무, 기업 지배구조, 시장 미시구조론, 기관투자자, 금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했다. 시카고대학교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 조지아 공과대,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또한 미시간대와 남가주대에서도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자신감은 리더십의 핵심적 덕목으로, 글로벌 기업의 성공을 이끈 리더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성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많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자신의 능력과 판단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조직을 효과적으로 이끌며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기업의 CEO가 자신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의사결정 결과에 대해 지나친 확신을 가질 경우 이는 '경영자의 자기 과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심각한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과도한 자신감은 잠재적 리스크를 간과하거나 의사결정 결과를 과대평가하는 문제를 야기해 기업의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리더십에서 균형 잡힌 자신감은 필수적이다.
대담 = 한문희 美텍사스공과대 재무학 조교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결단력과 혁신은 성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으나 동시에 객관성과 신중함을 유지하며 조직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자기 과신적 경영자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적절한 거버넌스 체계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 최고경영자의 자기 과신적 경향성과 이사회의 구조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나아가 노동시장의 성 다양성과 관련된 연구에 대해 한문희 미국 텍사스 공과대 교수가 비크람 난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댈러스캠퍼스 경영대학의 석좌교수와 심도 있는 대담을 나눴다.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자신감이 과할 경우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리더십에서 자신감은 필수적인 덕목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많은 리더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강한 자신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예측 불가능한 발언들은 때로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주기도 하지만, 이러한 자신감이 테슬라의 기업가치에 항상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과신적인 성향은 성공적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자기과신적인 CEO는 일반적으로 더 낙관적이며 위험회피 성향이 적어 도전적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혁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산업에서 긍정적으로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과도한 자신감은 의사결정 결과를 과대평가하거나 잠재적 리스크를 간과하게 만들어 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기업 간 합병(M&A)에서는 자기과신적 CEO가 기대수익을 과대평가해 타깃기업에 과다한 금액을 지불하고, 결과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쉽다.
―구체적인 예시는.
▲2011년 HP가 영국의 소프트웨어 회사 오토노미를 인수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당시 HP의 CEO는 애널리스트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 합병을 추진했으며, 이는 '최악의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같이 리더십에서 자신감은 필수적이지만 지나친 자기과신은 리스크 관리와 균형 잡힌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감과 신중함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과신적 성향을 통해 경영자의 추진력과 낙관주의 같은 긍정적 측면을 이끌어내면서도 극단적인 위험 감수나 과도한 투자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은.
▲이는 궁극적으로 힘의 균형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기업지배구조의 효율성에도 직결된다. CEO의 재량권을 적절히 제한하고, 이사회가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면 CEO의 자기과신적 경향을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실제로 이사회의 적절한 개입이 자기과신적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들은 여러 차례 있었다.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인가.
▲테슬라 CEO인 머스크는 예측 불가능하고 자기과신적 태도로 인해 주주들에게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인물이었다. 그러나 2018년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 대신 금융과 기술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독립이사를 회장으로 임명함으로써 머스크의 자기과신적 행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효과적으로 줄였다. 또한 지난 2002년 미국의 기업회계 개혁 및 투자 보호법인 사베인즈-옥슬리법(Sarbanes-Oxley)이 입법화된 이후 기업지배구조 변화는 경영자의 행동과 그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SOX법안은 독립적인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의 구성을 의무화했으며, CEO가 재무보고서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보증하는 서명을 하도록 요구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크게 강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지배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기과신적 CEO의 과도한 투자와 지나친 위험 감수를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자기과신적 CEO의 과잉행동을 억제하고 성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 기업 지배구조 규정의 성공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한문희 교수는 미국 텍사스 공과대 경영대학 재무학과 조교수로서 기관투자자와 금융기관을 연구하고 있다. 텍사스 주립대 댈러스캠퍼스에서 재무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뉴욕 주립대학교 버팔로캠퍼스에서 재무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22년 텍사스 공과대에 합류하기 전에는 홍콩이공대에서 재무학 연구 조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다양성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여성 이사회 구성원의 일정 비율을 의무화하는 법률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다양한 관점을 반영한 의사결정과 혁신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런 규제가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단기적인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에서 여성 이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기업이 재무제표 수정, 배당금 지급 중단 또는 위임장 경쟁과 같은 불리한 이벤트에 직면할 경우 많은 이사들이 사외이사직을 잃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여성 이사들은 상대적으로 이사직을 유지하는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특히 성별 다양성이 낮은 이사회를 가진 기업에서 두드러지며, 사회적으로 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경향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성과 여성 이사를 동등하게 평가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때로는 자신의 자리를 유지할 자격이 부족한 이사가 여전히 이사직을 유지하는 상황도 초래될 수 있다. 이는 성별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압력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지 못하는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리자급 직업 이동성에서 젠더 페널티는 존재하나.
▲기업이 인수되는 상황에서 대상 회사(Target firm)의 관리자들은 대체로 직무를 잃거나 새로운 인사로 교체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관리자 레벨의 노동 시장에서 여성 관리자는 남성 관리자에 비해 이전 회사에서 받았던 수준의 보상을 유지하며 새로운 직장을 찾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관리자 노동 시장에서도 여전히 젠더 페널티(gender penalty)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성별 페널티가 새 회사의 고위직에 여성이 더 많을 경우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여성 리더십이 상위 계층에 자리 잡으면 기업문화가 여성에게 더욱 우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결과적으로 성별 격차를 줄이고 여성 관리자의 이동성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이 여성 관리자의 노동 시장에서 직면하는 불이익을 줄이고, 경력전환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기업 내 성별 다양성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 다양성은 기업 내 인재풀의 다양성을 확대해 혁신과 전반적인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다양성은 단순히 내부적 이점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긍정적 평가를 받아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 이러한 다양성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특히 여성 연구인력 증가가 기업의 혁신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채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다양한 시각과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성별 다양성은 기업가치 증대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평가될 수 있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정리=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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