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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철강에도 관세 예고… 한국도 타격 불가피 [글로벌 관세전쟁 시작]

美, 부문별 추가 관세부과 시사
주요 수출국 한일도 영향권에
한국 작년 대미 흑자 557억달러
세계은행 "美보편관세 10% 부과
글로벌 경제성장률 0.2% 감소"

트럼프, 반도체·철강에도 관세 예고… 한국도 타격 불가피 [글로벌 관세전쟁 시작]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들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유입과 불법 이민 유입을 해결하기 위해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으로는 미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관세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에 관세를 추가 부과할 가능성에 대해 "틀림없이 그렇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베트남 역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주요 수출품이 직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일 주요 수출품 관세 '공포'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멕시코산 모든 수입품에 25%, 캐나다에는 25%(에너지는 10%)의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에는 기존 관세에 더해 10% 추가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이 불법 이민과 마약, 펜타닐(마약성 진통제)을 포함한 '비상한 위협'(extraordinary threat)에 대응하려는 조치라고 전했다. 멕시코, 캐나다는 불법약물 관련 조치가 미흡하고 중국은 펜타닐을 제한하는 조치에 협조하기를 거부했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멕시코, 캐나다, 중국부터 시작된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다른 나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의약품, 철강, 알루미늄, 구리, 원유, 가스 등의 품목에도 향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의약품 등은 수개월 내 부과할 것이며 석유, 가스는 오는 18일로 구체적인 시점까지 언급했다.

한국은 미국과 무역에서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이 주요 수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목표로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 대상으로 한국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위에 올랐다. 한국의 흑자 규모는 55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역시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약 73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추가 관세부과의 잠재적 대상국으로 지목되고 있다.

■日, 정상회담서 트럼프 달래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글로벌 무역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관세는 수출국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관세부과 대상국가들의 보복관세로 글로벌 무역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중 간 불거진 무역갈등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1기보다 더욱 노골적인 관세정책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실행하겠다는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관세부과 방침이 금융시장에 단기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관세에 대한 시장 반응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BBC에 따르면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모든 국가에 보편관세를 10% 부과하고 해당 국가들이 보복관세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0.2% 감소한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트럼프 관세전쟁에 대비해 대응전략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에 위치한 가전제품 생산공장의 생산물량을 조정하고, 기아 공장을 둔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과 공급망 재조정을 통해 잠재적 관세 부과에 대비하고 있다.공영 NHK는 이날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6∼8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첫 미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후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과 관련한 일본의 입장을 언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