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도 관세를 분명히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무역전쟁이 더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EU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맞보복할 태세인 가운데 유럽 기업들은 관세에 대비해 대미 투자를 늘리는 등 미국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2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조만간” EU산 수입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EU를 가리켜 “그들은 미국을 갈취했다”면서 EU는 미국의 자동차나 농산물을 구매하지 않는 등 거의 사들이는 것이 없는 반면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자동차 수백만대와 식품, 농산물을 수입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에도 EU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부과 시기에 대해 시간표가 정해진 것은 없으나 “비교적 빠른 시일안에 실시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두나라가 해결할 수 있다고 암시했으며 키어 스타머 총리와는 몇차례 만나고 전화 통화도 하면서 “우리는 매우 가깝게 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2020년 EU를 탈퇴했으며 당시 트럼프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했었다.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1일부터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산 수입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EU는 미국이 EU산 제품에도 관세를 매기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시사해왔다.
EU집행위원회는 “보편 관세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늘리고 근로자와 소비자 모두가 타격을 입게 된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불필요한 경제적 차질을 일으키면서 양측 진영 모두에게 해롭다”라는 입장이다.
익명의 EU집행위원회 관리는 2일 유로뉴스에 “EU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EU와 미국의 무역 및 투자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관계 강화 물색에 더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EU 기업들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던 베르나르 아르노 LVMH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시장과 달리 미국에서 “기회의 바람”을 느꼈다며 투자를 늘리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노 CEO는 미국의 낮은 세율과 저렴한 에너지, 높은 경제 성장률을 장점으로 꼽았다.
유럽 기업 중 시총 규모가 두번째로 큰 LVMH는 미국에 공장 3곳을 두고 있으며 보석 거래 업체 티파니에도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에너지 개발업체 셸도 미국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와일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도 “미국의 유리한 세제와 낮은 규제를 볼 때 미국 시장에서 계속 성장하는 것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FT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EU의 규제가 투자를 막고 있다며 사업 비용을 낮추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유럽의 한 금융인의 말을 인용해 유럽 보다 미국이 공장 개설하기에 좋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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