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보유국' 발언에 침묵했던 北
루비오 '불량국가' 칭하자 "적대 재확인"
이어 "美 도발, 언제나처럼 강력히 대응"
한미훈련·무기판매·MD 비난도 이어와
반발로써 협상前 요구 제시하는 모양새
"대립각 세워 향후 협상카드로 쓰려는 것"
정부, 말 아끼며 "한미 비핵화 목표 확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3일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 직접적인 비난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국(nuclear power)’라고 칭한 건 묵인하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불량국가(rogue state)’라고 비판하자 반발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에 나서 루비오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라고 규정한 것을 언급하며 “어제나 오늘이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 취임한 미 행정부의 그릇된 대조선 시각을 가감 없이 보여줄 뿐”이라며 “늘 적대적이었고 앞으로도 적대적일 미국의 그 어떤 도발 행위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그에 상응하게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트럼프 정부의 당국자 실명을 거론하며 입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칭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연락하겠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내놨을 때에는 정작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어도 대북 적대정책은 여전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앞서 트럼프 정부를 직접 겨냥하지 않으면서 몇 차례 드러낸 스탠스다.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이 우리나라에 무기를 판매하는 걸 두고 전쟁을 책동한다며 비난하고, 전략순항미사일 수발을 발사하며 도발함으로써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동맹국 지역 미사일방어(MD) 체계 강화도 비난했다.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는 2일 공보문에서 “가중되는 미국의 군사적 패권기도에 대응해 핵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발전시켜나갈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북핵 위협 고도화 명분으로 삼았다.
트럼프 정부의 대화 의지를 떠보는 동시에 사전에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마찰을 유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협상에 이르기 위한 요구사항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언행에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북미협상을 염두에 둔 명분 쌓기의 일환”이라고 짚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북한으로선 트럼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야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고, 나중에 협상을 할 때에도 카드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난에 직접적인 반응은 하지 않으면서도 북한 비핵화 목표는 공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분명한 건 국제사회 평화를 위협하는 주체는 북한이라는 점과 한국, 미국, 국제사회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확고하고 일치된 입장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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