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은행 대출 고금리 비중 38%
연체잔액 전분기 대비 13% 증가
대기업은 20% 줄어들어 '대조적'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본격화하고 있다. 예금은행 대출 중 5%를 넘는 고금리 대출 비중이 2012~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다. 지난해 1400원대를 위협한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 올해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대출에 中企 경영 부담 확대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가운데 5%를 상회하는 고금리 대출의 비중은 지난해 38%로 전년(61.2%)에 이어 2년 연속으로 30%대를 넘었다. 해당 비중은 10여년 전인 2012년(68.7%), 2013년(38%)에도 2년 연속으로 30%를 웃돌았었다.
저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3% 미만인 저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1.6%로 4년 전(61.4%)과 비교할 때 6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앞선 2023년(0.6%)에는 1%를 밑돌며 2011년(0.4%)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체액은 상승일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기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4조784억원으로 전분기(3조6068억원)보다 13.1%(471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 연체 잔액도 10.7% 늘었다. 대기업이 20.9%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연평균 1400원대에 근접한 원·달러 환율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중소 수입업체의 경우 환율이 치솟으면 같은 제품이라도 더 비싸게 사올 수밖에 없어 경영 부담이 커진다. 평균 원·달러 환율(종가 기준)은 지난 2023년 1305.93원으로 1998년(1394.97원)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를 넘어섰고, 지난해(1364.38원)에도 1300원대를 넘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1300원을 상회했다.
■올해도 대출 상환 능력 하락 전망
문제는 올해 경기 반등 기대감도 저조하다는 것이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2025년 1·4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39로 2022년 4·4분기(3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2022년 12월 0.32%에서 지난해 9월 0.65%로 두 배 넘게 상승한 결과다.
경영 상황 악화로 돈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올해 고환율 기조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은행권의 보수적 대출영업 기조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55.79원 수준으로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최고치다. 통상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하면 1~3bp(1bp=0.01%p) 하락한다.
이에 올해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잔액 증가 폭이 30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 증가 폭은 △2022년 44조7351억원 △2023년 32조6718억원 △2024년 31조3435억원으로 축소되고 있다.
중기의 자금 수요 해결을 위해 한은은 지난달 16일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9조원에서 14조원으로 늘리며 저금리 대출 확장에 나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시 "금중대를 5조원 증액한 것은 취약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900억원가량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연체액에 비해 이자 경감 규모가 작고, 부동산업 등이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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