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캐나다·멕시코 25%
중국에는 10% 추가관세 적용
트럼프, 하루전 "통화할 예정"
1기때처럼 '先위협 後협상'
"전략적 노림수 먹힐 것" 분석
캐나다·멕시코·중국에게 무역 전쟁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 직전에 상대와 전화하겠다고 밝혔다. 3국 역시 미국에 보복하기 전에 대화를 원한다고 알려졌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먼저 관세로 위협한 다음 막판에 극적으로 타협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관세 전날 통화 예정
NBC방송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주말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보낸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돌아가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그는 몰려든 기자들과 대화에서 관세 문제를 언급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웃한 캐나다와 멕시코가 국경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중국에서 만든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이 미국에 흘러든다고 비난했다. 그는 1일 마러라고 자택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4일부터 캐나다·멕시코 수입품에 각각 25%의 관세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중국산 제품에도 10%의 관세를 덧붙이기로 했다.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는 3일 아침에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통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와도 아침에 통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직접 통화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나는 아주 극적인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관세를 부과했고,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돈을 빚졌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돈을 낸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캐나다·멕시코는 트럼프의 관세 결정 직후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예고했으며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한다고 밝혔다. 2일 트럼프는 "나는 캐나다 사람들을 사랑한다. 나는 캐나다의 지도부에 동의하지 않는다. 거기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게임을 원한다면 상관없다.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관세 보복에 따른 미국의 피해에 대해 "단기적으로 약간의 고통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당해 왔다"라면서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위협하고 협상
캐나다의 트뤼도는 1일 보복 조치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와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와 미국이 유럽은 물론 한반도 전장에 함께 싸운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가 미국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고 싶다면 더 나은 길은 캐나다와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셰인바움은 2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다음날 보복 조치를 발표한다고 알렸다. 그는 동시에 펜타닐 문제 등을 논의할 안전·보건 관련 실무 그룹 발족과 관련해 아직 트럼프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셰인바움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관세 부과가 아닌 대화"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마약류를 단속하는 공안부의 대변인은 3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펜타닐 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 그 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중미 마약 퇴치 협력이 어렵게 가져온 좋은 국면을 유지하며,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트럼프 2기 정부와 대화를 준비중이며 첫 주제는 2020년 1차 무역합의 복구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정부였던 2018년부터 미국과 무역 전쟁을 시작한 다음 2020년에 1단계 합의로 휴전에 들어갔으나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
한편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경제적 영향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3국에 부과한 관세 조치가 오래가지 못한다고 관측했다. 또한 3국과 미국이 4일 관세 행정명령 발효 직전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콜롬비아가 추방된 불법 이민자 수용을 거부하자 25%의 긴급 관세를 부과한다고 위협했지만, 콜롬비아가 요구 조건을 수용하자 9시간 만에 관세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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