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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직원간 공모에 뒷돈까지' 갈수록 대담해지는 금융사고..전년比 2배 급증

'브로커·직원간 공모에 뒷돈까지' 갈수록 대담해지는 금융사고..전년比 2배 급증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9월 금융권 금융사고 액수가 259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당 평균 사고금액 역시 23억4000만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배 가량 늘었다.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단기성과를 위해 브로커 또는 직원간 공모해 대출서류를 조작하는 등 금융사고가 갈수록 조직화·대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금융사고 2598억원..'브로커·직원간 짜고' 조직화·대형화
금융감독원은 4일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최근 금융사고 현황 및 특징'을 공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금융권에서 총 111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전년동기(90건) 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금융사고 액수는 2598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배 넘게 늘어났다.

금융사고 건수는 중소금융(46건)이 은행(44건)보다 많았지만 사고금액은 은행(1418억원)이 중소금융(951억원)보다 컸다.

최근 5년간 금융사고 건수・금액은 증감을 반복해 왔다.

사고건수는 2020년 141건에서 2021년 114건으로 줄었다가 2022년 119건, 2023년 126건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사고금액의 경우 2020년 1693억원에서 2021년 1019억원으로 줄었다가 2022년 3254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한 뒤 2023년 178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금감원은 "지난해는 이미 3·4분기에 전년도 사고금액 총액을 초과해 연간 기준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사고는 갈수록 조직화·대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이 단기성과를 위해 브로커 및 다른 임직원과 공모해 대출서류를 조작하고 전결권을 임의 변경하는 등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내부통제를 무력화한 사례가 확인됐다.

B은행의 경우 영업점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와 짜고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부당대출 892억원을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C은행의 영업점 점장・팀장은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만들어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복수의 허위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취급했다. 이 댓가로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됐다.

지난해 금감원 검사를 통해 적발된 금융사고까지 고려하면 금융사고의 조직화·대형화는 더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백브리핑에서 "2022년 우리은행 본점 대형 횡령 사고에 이어 2023년 경남은행 PF 대규모 횡령, 대구은행 증권계좌 부당 개설 사고 등에 이어 2024년에도 여러 은행이 다수 영업점에서 금감원 검사로 확인된 규모만 무려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부당 대출 사고가 잇따라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도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지금도 금융회사를 가리지 않고 대형 금융사고가 진행중일 가능성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일련의 금융사고에서 확인된 것처럼 금융사고 원인이 일부 임직원의 개인적 일탈로만 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단기성과 치중·리스크 관리 경시·느슨한 조직 문화가 사고 키워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영 방침 △건전성·리스크 관리 경시 △온정적 징계 등 느슨한 조직 문화 등을 지목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NH·KB·우리금융지주 및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 결과 임직원이 단기성과에 치중하도록 핵심성과지표(KPI) 등을 설계해 여신 취급, 펀드 판매 등 기본 업무영역에서조차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가 재임기간 중 자회사 인수나 해외 진출 등 외형 확대 중심의 과도한 경영목표를 임직원에게 제시하고 임직원은 무리한 목표 달성에 매몰돼 건전성・리스크관리, 이사회 절차 등 내부 견제장치를 경시하는 문화가 만연한 것도 한 몫했다.

금융사고가 확인됐는데도 이를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거나 사고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유사한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취급 등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제재하는 한편 경영・내부통제상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등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신한·하나금융 등 지난해 정기검사 대상이 아닌 지주・은행은 이번 정기검사 내용에 대한 자체 점검계획을 올해 업무계획에 반영하는 등 자체감사를 내실 있게 운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