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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못살겠다" 일본인도 '탈중국', 20년 만에 10만명 아래로

"中서 못살겠다" 일본인도 '탈중국', 20년 만에 10만명 아래로
중국 톈안먼 광장. 연합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중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20년 만에 10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임금 상승으로 일본 기업의 거점 축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리스크도 증가하면서 주재원들이 가족동반 거주를 망설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4일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일 기준 중국에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일본인은 전년 대비 4% 감소한 9만7538명이었다.

감소세는 12년 연속 이어졌다. 가장 많았던 2012년과 비교하면 35% 줄어들었다. 도시별로는 수도인 베이징에서 60% 감소, 다롄에서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국가·지역별 해외 거주 일본인 수에서도 미국, 호주에 이어 중국은 3위로 밀려났다.

중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2000년대 초반 급격히 증가했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잇달아 생산 거점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2012년부터다.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현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후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가 발생했다. 일본계 기업 공장이 공격을 받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일본인들이 중국 주재 시 정치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2022년에는 중국 정부가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생활 부담이 증가했다. 일본인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잇따랐고, 2023년 7월에는 스파이 단속을 강화하는 반스파이법이 시행되는 등 일본 기업들을 더욱 위축시켰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로 치안마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광둥성 선전과 장쑤성 쑤저우에서 일본인 아동들이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 가족을 동반하는 것을 주저하는 주재원이 늘었다.

중국에서 근무하는 한 일본계 제조업체 직원은 "중국 주재원은 원칙적으로 단신 부임하라는 방침이 최근 사내에서 전달됐다"고 말했다.

중국 주재를 희망하는 직원이 적어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채 현지 직원에게 업무를 넘기고 귀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일본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 상승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광저우의 일본계 기업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월급은 2005년 100달러(약 14만5800원) 수준에서 2023년에는 평균 72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동남아시아의 주요 생산 거점인 태국 방콕(2022년 기준 385달러)이나 베트남 하노이(250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본계 기업이 중국에 둔 거점 수는 2019년 3만2887개에서 2023년에는 3만1060개로 감소했다. 일본 제조업 기업들이 중기적으로 유망한 사업 전개지로 꼽은 순위에서 중국은 사상 최저인 6위까지 하락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