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사전 설명 및 브리핑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우리금융지주가 추진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관련 "2월 중에 금융위원회에 (경영실태평가 등) 정기검사 결과를 송부해 3월 중에라도 금융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에서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으로 나올 경우,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는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
■이복현 "내달 인허가 판단할 수 있도록 서두를 것" 제재·경평 투트랙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기자설명회에서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인허가 판단에 필요한 정기검사 결과에 대해 "신속하게 진행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15일 금융당국에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금융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심사에 착수했다. 금융위 전체 회의를 통해 최종 의결하는 구조다. 심사 기간이 60일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는 3월 중순에 발표가 나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심사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을 제재 절차와 '투트랙'으로 분리해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날 우리금융·은행과 KB금융·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지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정기검사를 기반으로 도출되는데 우리금융은 현재 2등급이다. 금융당국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를 인수하기 위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전 회장·임직원 연루 부당대출 추가 적발..금융위 승인 여부 주목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정기검사 결과에서 우리금융지주의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조직 문화 등을 지적한 만큼 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은 총 730억원으로 파악됐다. 기존에 알려진 350억원 이외에 추가로 380억원이 정기검사 결과 드러났다. 이 중 451억원(61.8%)은 임종룡 회장 등 현 경영진 취임 시기인 2023년 3월 이후 취급됐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이 손 전 회장 불법 대출 사건과 관련해 임 회장 등 현 경영진 '책임론'을 강조해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의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이 단기성과 달성을 위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했다는 점도 이번 정기검사에서 새로 드러났다. 이 중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다.
우리은행이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확대되자 의도적으로 평가데이터를 왜곡해 손실액을 숨긴 점, 자본비율 관련 리스크 인식·측정을 미흡하게 해온 점,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부실채권(NPL)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우회 지원한 점 등도 지적됐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 과정에서 의사결정 절차도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 회장은 생보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는 불과 20분 간격으로 열렸다.
금융당국의 인수 불승인으로 계약이 틀어질 경우 인수가의 약 10%인 155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 이러한 주요 사항도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3등급으로 내리더라도 금융위에서 인수 승인을 결정할 수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에서도 의견을 달아서 올리겠지만 금융위에서 결국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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