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친인척 불법대출 730억
61.8%가 現 경영진 이후 취급
경영실태평가 3등급 하향조정 땐
동양·ABL생명 인수 물거품 위기
일각 "자본금 증액 등 회복 가능"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2000억원대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정기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우리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감원이 정기검사를 바탕으로 도출하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현재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될 경우 M&A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부당대출 관련 제재와 보험사 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실태평가를 따로 진행해 보험사 인수 승인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4일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조직문화 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은 기존에 알려진 350억원 이외에 추가로 380억원이 적발돼 총 73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451억원(61.8%)이 임종룡 회장 등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다는 점을 명시했다. 손 전 회장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강조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이 단기성과 달성을 위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한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이 중에서도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체제에서 취급됐다. 우리은행은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확대되자 의도적으로 평가데이터를 왜곡해 손실액을 숨긴 점, 자본비율 관련 리스크 인식·측정을 미흡하게 해온 점 등도 지적받았다.
금감원은 "숨겨진 부실 위험을 모두 반영하면 우리금융과 K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이 10∼20bp(1bp=0.01%p)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1.96%로 금감원의 권고 수준(12%)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검사 결과는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를 우리금융 포트폴리오 확장의 '승부수'로 삼고 있다.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 75.34%, 100%를 각각 1조2840억원, 265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총인수가액은 1조5494억원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15일 금융위원회에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관건은 우리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가 자회사를 편입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우리금융은 지난 종합검사에서는 2등급을 받았다. 이번에 3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인수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 결과를 토대로 빠르게 경영실태평가를 도출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중에 금융위에 (경영실태평가 등) 정기검사 결과를 송부해 3월 중에라도 금융위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등급으로 내려갈 경우에도 당장 인수 무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 제10조에 따르면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정리 등으로 등급이 2등급 이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에는 경영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인수 건의 최종 결정권은 금융위에 있다"며 "3등급이 나오더라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 우리금융이 계획을 제출하면 그걸 토대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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