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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터졌는데 '모니터링·검토' 입장만 내놓는 정부[글로벌 무역전쟁 확산]

崔대행, 대외경제현안간담회 주재
동향 파악·대응 방안 주문 그쳐
대외신인도 집중… 통상대책 소홀
이달말 비상수출대책 발표 예정

관세전쟁 터졌는데 '모니터링·검토' 입장만 내놓는 정부[글로벌 무역전쟁 확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부과는 일단 유예했다. 미국 신정부 출범 후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정부 대응책은 주요국 대응동향 모니터링, 경제 전반과 업계에 미칠 영향 검토 정도에 그치고 있다.

4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경제현안간담회, 국무회의를 잇따라 주재했다.

대외경제현안간담회는 '트럼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발족한 범정부 회의체다. 외교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등이 주요 멤버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조치가 1개월간 유예됐지만 이번 관세부과 조치와 각국 대응이 이어질 경우 우리 수출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고 앞으로 미국의 관세조치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불확실성 확대가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는 국무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미국 트럼프 신정부가 자국 중심 통상정책의 방아쇠를 당기며 글로벌 관세전쟁이 격화되고 있다"면서 "캐나다·멕시코 등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은 자동차, 이차전지, 가전 분야 등에서 이미 타격을 받고 있으며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철강 등에 대해서는 언제 어떤 식으로 겨냥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격화 조짐이 뚜렷한 관세전쟁에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 대응책은 명확하지 않다.

대외경제현안간담회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이날 또 열렸지만 모니터링 강화, 미국 신정부 인사들과 적극적 소통계획 등을 공개하는 데 그친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만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지만 신속한 동향 파악과 대응방안 마련 주문 정도에 머물고 있다. 국내 20대 그룹 대상으로 경제사절단을 꾸려 미국 방문을 추진 중인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간의 움직임에 미치지 못한다.

실제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오는 4월 1일까지 조사키로 했다. 이를 토대로 4월 이후엔 미국의 관세전쟁 전략이 한층 구체화될 전망이다.

통상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마찬가지다. 산업부는 일단 올해 통상정책도 지난해 8월 내놓은 '통상정책 로드맵'에 따라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정책 로드맵은 FTA 네트워크를 85%에서 90%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자국 중심주의가 확산될 조짐인 현재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 특히 미국발 관세전쟁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은 수출이지만 이 역시 대책 마련 전이다. 정부는 이달 말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범정부 비상수출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상황을 고려하면 대책이 다소 늦다.

일부에서는 비상계엄, 탄핵정국 등 정치불안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대외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통상대책은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이달 중 국제금융협력대사 주관 한국투자설명회(IR)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국과 협의는 물밑에서 계속 진행 중이고 기업과도 충분히 소통하고 있지만 상대가 있는 만큼 외부에 전략을 공개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대미 흑자 축소를 위해 에너지·군수 분야에서 대미 수입을 늘리거나 조선·철강 분야 공장을 미국 현지에 지어 투자를 늘리는 방법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