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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트럼프, 한국 외교의 시험대

[재팬 톡] 트럼프, 한국 외교의 시험대
김경민 도쿄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로 국제정세는 다시 격변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그의 정책 기조는 동맹국들에 강한 입장을 요구하며 미온적 대응을 허용하지 않는다.

일본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기시다 내각 시절부터 트럼프 캠프와 네트워크를 다졌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소프트뱅크는 대규모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경제적 유대까지 공고히 했다. 일본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빠른 실행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재정립했다.

반면 한국은 위기 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정상외교는 마비된 상태다. 현 상황에서 정부는 보텀업(아래에서 위로) 소통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다. 트럼프는 강한 리더십과 신속한 결정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명확한 방향성과 즉각적 실행이다. 정상을 거치지 않은 협상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에는 공염불일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 실리를 앞세운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기민하게 활용해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내부 정치적 혼란과 의사결정 지연으로 인해 주도권을 잃고 있다. 외교는 타이밍이 핵심이다. 전략적 판단이 늦어지는 순간 실익은 경쟁국으로 넘어간다.

한미 관계는 단순한 외교적 동맹을 넘어 경제·기술 협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일본이 미국과 반도체 공급망,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것을 한국이 구경만 한다면 향후 10년 뒤 글로벌 시장 지도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과거에도 한국은 외교적 판단 실수로 기회를 놓친 적이 적지 않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초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 예측됐음에도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철강·자동차 산업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일본은 적극적인 외교전략을 통해 미국의 압박을 완화하며 경제적 이익을 지켜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한 지도력과 빠른 결단력이다. 일본처럼 최고위급 지도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협력안을 제시하고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 부재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주요 협상 파트너로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전략산업을 활용한 협력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미국이 원하는 협력모델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제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원론적 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와 협력을 동반하는 외교적 움직임이 요구된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을 사전에 검토하고, 한국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무역은 물론 방위비 분담협상에서도 선제적인 대응이 있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직접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수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협력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기여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긴밀한 협력 없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경제·안보적 입지는 점점 약화될 것이다.
트럼프 취임 100일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지금 움직여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한국은 다시 한 번 외교적 실기를 범하는 것이다. 트럼프 장단을 맞추지 못해 '찍히면' 적어도 4년은 한국의 미래가 어두워진다.

k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