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시기 연기
다각도 시나리오 세우고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부 펀드 설립과 심장병 치료 관련 등 여러 건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카드 활용술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시행키로 한 멕시코·캐나다·중국 등 3개국 대상 관세 중 멕시코, 캐나다에 대해서는 한달 유예하기로 미국 정부가 전격 발표했다. 물러섬 없이 직진할 것 같던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국들과 밀고 당기기 협상술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가 일단 한발 물러선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국 경제에 미칠 타격과 국내 물가인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미국 내 비판도 작용했을 것이다. 시간을 끌며 상대국으로부터 얻을 것은 얻어보자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의 다음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우리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좀 혼란스럽다. 물론 트럼프의 입에서 한국이란 이름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언제 어떤 식의 정책을 구사할지 모르니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할 뿐이다.
트럼프 스타일을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얕잡아보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트럼프 나름대로의 정밀하고 단계적이면서 집요한 충격과 압박 전술로 보는 게 맞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못 이기는 척하며 트럼프의 마약과 불법이민에 대한 요구사항을 들어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트럼프 수법에 대응해야 할 현재 우리의 협상력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다가오는 폭풍 앞에 속수무책이라고 하는 게 솔직하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우리에게도 적용된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 중반으로 주저앉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해 11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해지면 우리 성장률이 0.2%p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가 관세부과를 유예했다고 안심하기엔 물론 이르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조금도 변함없다. 관세를 활용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축소하고, 세수를 늘리며,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것이다. 달래고 어르면서 미국이 원하는 바를 끌어내려는 심산인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가 구사할 시나리오를 몇 가지 가정해 놓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미국을 대신할 시장 발굴은 그중 첫째다. 거대시장인 중국과 일본의 문도 다시 두드려야 한다. 다만 미국의 보편관세 도입이 대미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보편관세는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부과되어 각국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선박, 통신, 미용기기, 화장품 등의 업종은 앞으로 오히려 우리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고도 한다.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책을 주시하며 미리 대비책을 갖춰 놓고 그때그때 적절히 대응하면 될 것이다. 트럼프의 '밀당'에도 흔들림 없이 방어하고, 때론 공격도 하는 줏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초당적이고 거국적인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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