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지난해 美 무역적자 9184억달러 '사상 최대'

강달러·소비시장 건재 방증
韓, 660억달러 '9위 적자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공격의 근거로 내밀었던 미국의 무역 적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현지 전문가들은 역대급 적자가 세계적인 불황 가운데 미국의 소비가 독보적으로 건재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5일(현지시간) 발표에서 2024년 미국의 무역 적자가 9184억달러(약 1325조원)로 전년 대비 17%(1335억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의 지난해 수출은 상품 부분에서 달러 가치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실적이 저조했지만, 금융과 기술 등 서비스 수출이 이를 상쇄하면서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2024년 미국 수출은 3조1916억 달러로 전년보다 3.9%(1198억달러)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전체 무역 수지는 같은 기간 수입이 4조1100억달러로 6.6%(2533억달러) 늘어나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이 무역에서 가장 큰 적자를 본 국가는 중국(2954억달러)이었으며 2위는 유럽연합(EU)이었다. EU에 대한 무역 적자는 2356억달러였다. 적자 순위로 보면 3위는 멕시코(1718억 달러)였고 이후 베트남(1235억달러), 아일랜드(867억달러), 독일(848억달러), 대만(739억달러), 일본(685억달러) 순서였다. 한국은 660억달러로 9위였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일랜드는 엄청난 양의 비만 치료제를 미국에 수출한 까닭에 미국에 5번째로 많은 무역 적자를 안겼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미국의 무역 적자를 비난하며 동맹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게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단속을 이유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무역 적자를 언급했다. 트럼프는 2일 소셜미디어에 "장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당해 왔다"라면서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바꿀 것"이라고 적었다.


NYT는 다른 주요국의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 미국인들이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에 달해 다른 선진국 그룹을 압도했다. 특히 미국인들은 달러 가치 상승 덕분에 저렴해진 수입품을 많이 구입했으며 해외여행 지출도 늘렸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