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정 금융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컨소시엄 간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이했지만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 2차 중재 결과에 따라 신 회장 측이 EY한영을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6일 투자은행(IB)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FI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은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정된 EY한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업계 입장에서는 사모펀드가 가장 '큰손'이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구조적으로 사모펀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EY한영이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정되자 어피니티 측이 불만을 표출하면서 압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ICC의 2차 중재 결과에 따라 EY한영을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정하가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비상장 대형 보험사의 공정시장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 전문성뿐만 아니라 공신력과 객관성이 필수인 만큼 신 회장 측은 대형 회계법인을 선정키로 하고 접촉을 시도했다.
문제는 대부분 회계법인이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삼정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감정평가기관 선정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 측의 평가보고서를 작성했던 안진회계법인은 이해상충 문제로 애초부터 대상에서 빠졌다. 신 회장으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셈이다.
이 때문에 어피니티 측이 회계법인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평가기관 선정이 지연되면 신 회장이 하루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담해야 한다. 어피니티 측이 이 같은 상황을 활용해 분쟁을 자신들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어피니티 측의 압박을 상당 기간 더 견뎌내야 한다. EY한영은 교보생명의 가치평가 작업에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 측도 이런 사정을 ICC에 전달한 상태다.
반면, 어피니티 측은 ICC의 중재 판정에 따라 신 회장이 빠르게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대형 회계법인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신 회장 측이 공정한 감정평가기관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감정평가기관 선정까지 사모펀드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도를 넘은 압박이다. '갑질'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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