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관세전쟁이 빚은 삼성전자 미 세탁기 공장의 명암

[파이낸셜뉴스]
관세전쟁이 빚은 삼성전자 미 세탁기 공장의 명암
삼성전자 스마트 기기들이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CES 행사장에 전시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삼성전자 세탁기 공장이 들어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미 경제는 이 효과를 훨씬 뛰어넘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가 경제적 사망 선고를 앞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지역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지만, 그 부담은 미 소비자들이 골고루 나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적으로 효과보다는 부담이 훨씬 큰 밑지는 장사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관세의 명암이다.

미국 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관세와 높은 인건비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경제에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관세전쟁이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점을 삼성전자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삼성 세탁기 공장

삼성의 세탁기 공장이 들어선 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카운티다.

삼성은 이곳에 세탁기 공장을 세워 직원 15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연간 세금으로 카운티에 100만달러(약 14억원)를 낸다.

삼성의 뒤를 이어 한국 기업 두 곳이 뉴베리에 세탁기 부품 공장을 차려 수백명을 고용했다.

뉴베리 카운티 경제개발 관리인 릭 파머는 “삼성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세탁기 공장 외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삼성 효과(Samsung effect)’를 언급했다.

파머에 따르면 삼성이 들어선 뒤 카운티의 주택 개발 계획 등이 입안되는 등 지역 경제가 활기를 찾고 있다.

관세

삼성의 세탁기 공장이 들어선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다.

제조업 단지의 옛 명성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던 뉴베리 카운티는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들고나온 데 힘입어 삼성 공장 유치에 성공했다.

섬유산업으로 번창하던 이곳은 지난 수십년 크래프트하인즈의 육가공 공장,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의 제조업 설비 등이 있던 곳이다.

파머는 2016년 삼성 대표단을 초청해 캐터필러가 남겨 두고 떠나는 공장을 둘러보게 했고, 이듬해인 2017년 삼성 세탁기 공장 유치에 성공했다.

트럼프가 2기 행정부 들어서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는 보편관세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어 미 국내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미국 내에 팽배해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관세로 인해 외국 업체들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확대하고, 미 기업들을 보호해 미국 투자 확대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관세는 다른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촉발한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높은 인건비 등 생산비 상승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풍선효과


뉴베리 카운티는 트럼프 관세정책에 힘입어 삼성 세탁기 공장이 들어오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삼성 세탁기 공장 임금은 초임이 시간당 16~17달러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최저시급 7.25달러의 2배가 넘는다.

삼성 세탁기 공장은 지역 전체의 고용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이 발주한 사우스캐롤라이나대(USC)의 2022년 연구에서는 삼성이 뉴베리에 터를 잡아 10명을 고용할 때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전체에 12개 일자리가 추가로 생겼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삼성이 뉴베리로 이전한 뒤 이 지역 연간 고용 증가율은 2배 폭증해 1.6%로 뛰었다.

그러나 생산 단가가 올라가면서 미 전역의 소비자들은 세탁기를 더 비싼 값에 사야 한다.

미 무역대표부(USTR)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에드 그레서 진보정책연구소(PPI) 부사장은 “관세는 특정 부문의 산출을 늘릴 수 있지만 대개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다른 곳의 손실로 상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못 박았다. 한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푸는 것과 같은 풍선효과와 닮았다.

학술지인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AER)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관세로 인해 삼성을 비롯한 여러 전자 업체들의 세탁기 일자리가 추가로 1800개 미국에 생겼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찮다.

부품 수입, 임금 등 비용이 상승하면서 미 소비자들은 연간 15억달러(약 2조원)를 더 부담해야 한다. 관세 덕에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한 개당 80만달러(약 11억원)를 부담하는 꼴이다.

논문 공동 저자 가운데 한명인 듀크대 경제학 교수 펠릭스 틴틀노트는 “일자리가 (연간 1800개의) 두 배가 늘어난다고 해도 막대한 (비용)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틴틀노트에 따르면 2018년 1월 세탁기 관세가 시행되자 그 해 미 세탁기 가격은 12%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2023년 2월 관세가 사라지자 그 해 말 세탁기 가격은 13% 하락했다. 관세가 없는 것이 미 경제 전체로는 더 혜택이 크다는 뜻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