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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이 쓴 홍장원 메모·바뀌는 곽종근 증언, 탄핵정국 판도 바뀌나

탄핵정국 이끈 홍장원·곽종근 진술 신빙성 논란
진술 번복에 엇갈린 정황에 의심 커져
홍장원 메모 원본은 폐기돼, 보좌관이 작성
보좌관 진술서 공개에 국회 측 변호인단 제지
김용현이 '의원 끌어내라'던 곽종근, 이후 진술 바꿔
헌법재판관도 "증인이 진술이 좀 달라진다" 지적

보좌관이 쓴 홍장원 메모·바뀌는 곽종근 증언, 탄핵정국 판도 바뀌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주장 변화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와 협력해 한동훈 대표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작년 12월 6일 언론 인터뷰)
"대통령과 통화할 때 목적어가 없어서 누구를 잡아들여야 할지 전달받지 못했다"(홍 전 1차장. 올해 2월 4일 헌재 변론기일)

"홍장원 1차장이 방첩사령관과 통화할 때 목소리를 크게 하니까, 옆에서 보좌관이 받아적었다. 홍 차장이 뭐라고 누구누구 하니까 옆에서 비서가 받아적은 메모다. 이게 유일한 물증"(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작년 12월 12일 김어준 유튜브 방송)
"방첩사령관이 명단을 불러주는데 당시 국정원장 관사 입구에 있는 공터에 서서 제 포켓에 있던 메모지에다가 적었다. 막쓴 메모를 보고 제 보좌관이 정서로 옮겨 적은 것"(홍 전 1차장. 올해 2월 4일 헌재 변론기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주장 변화

"전임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들을, 요원들을 밖으로 이렇게 좀 빼내라고 지시 받았다"(곽종근 전 사령관, 작년 12월 6일 김병주 유튜브 방송)
"점심 먹고 여기 계신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보자고 해서 국회 모처에서 만났다. 윤 대통령이 두 번째 전화를 해서 '국회 내에 있는 인원들 밖으로 끄집어내라.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끄집어내라. 의결정족수가 안 됐다, 아직' 이렇게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한다. 오늘 저에게 공익신고를 했다"(박범계 민주당 의원. 작년 12월 10일 국방위)
→(대통령이 전화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것 맞나?) 네. 맞다.(곽 전 사령관. 올해 1월 22일 국조특위)
→('국회의원'이란 말은 안했나?) 안에 있는 '인원'이라고 들었다. (곽 전 사령관, 올해 2월 6일 변론기일)

탄핵정국을 야기한 핵심 요소인 '정치인 체포조'와 '의원 끌어내기' 지시 관련 증언이 일관되지 못해 탄핵정국에서 새 변수가 되고 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작성했다는 정치인 체포조 관련 메모만 해도 본인이 작성한게 아닌데다, 메모를 작성한 정황도 차이가 있어 보여 여권에선 메모 진위까지 따지고 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첫 진술 이후 단어와 표현에 있어 차이가 빈번하면서 진술 번복 논란과 함께 야당으로부터의 회유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여권에선 "오염된 진술과 허위 메모로 쌓아올린 내란 프레임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이를 반박했지만, 바뀌는 진술 논란에 공방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염된 진술' 논란 확대

9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홍 전 차장과 곽 전 사령관의 지난해 12월 계엄 직후 진술과 최근 변론기일에서의 진술에선 일부 차이가 드러난다.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6일, 홍 전 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와 협력해 한동훈 대표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되면서 여론은 내란죄 프레임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부터는 윤 대통령 지시 내용이 "싹 다 잡아들이라"는 주어와 목적어가 빠진 지시였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도 지난 4일 헌재 변론기일에선 "누구를 잡아들여야 하는지 전달 못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홍 전 차장은 "결국 증인 스스로 대통령이 직접 한동훈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것은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나"라는 질문에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과 증언에 대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다시 반박하면서 홍 전 차장의 진술의 진실 공방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여 전 사령관 측 변호인단은 "여인형은 홍장원에게 '체포'라는 말을 사용한 기억이 없고, 위치확인 정도만 부탁했었다"면서 "홍장원은 여인형이 '1차, 2차 검거 순차적으로 하는데..'라고 했다고 하나,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당시 1차, 2차 순차 검거 계획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이 주장한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의사당 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것도 말이 바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계엄 사태 후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 도중 곽 전 사령관이 민주당 의원을 만나면서 여당에선 회유설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해당 지시를 내린 주체도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었고 밝혔던 곽 전 사령관이 전한 윤 대통령과의 가진 통화 횟수는 '한번→두번'으로 변경됐다. 아울러 "의사당 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도 '의원→사람→인원'으로, '데리고 나와라→끄집어내라'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변론기일에서 곽 전 사령관은 정형식 헌법재판관으로부터 "증인이 반대신문에서 진술이 좀 달라진다"면서 "증인의 생각이나 해석 이런 걸 다 빼고 오로지 들은 얘기를 말해 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보좌관이 쓴 홍장원 메모·바뀌는 곽종근 증언, 탄핵정국 판도 바뀌나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해 12월 6일 특전사령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왼쪽), 박선원 의원과 계엄 당시 상황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김병주 의원 유튜버 캡쳐] 연합뉴스

■홍장원 보좌관이 쓴 메모에 與 "허위메모"

홍 전 차장이 제시한 메모를 놓고 정치권에선 주목하는 분위기다.

해당 메모가 홍 전 차장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닌 홍 전 차장 보좌관이 작성했다는 점과 작성 과정을 놓고 엇갈린 정황이 포착돼서다.

지난해 12월, 홍 전 차장이 정치인 체포조 관련 주장을 하던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박선원 민주당 의원과 연락을 하면서 박 의원에게 관련 내용들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중순,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 홍 전 차장과 소통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홍 전 차장이 전한 메모를 '정치인 체포조'의 유일한 물증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할 때 옆에서 보좌관이 받아적었다고 설명했으나, 홍 전 차장은 변론기일에서 자신이 먼저 메모를 작성한 뒤 알아보지 못해 나중에 자신의 보좌관이 다시 옮겨 적었다고 말해, 박 의원과 차이를 보인 것이다. 메모 원본은 버렸다고 홍 전 차장은 밝혔다.

홍 전 차장 보좌관의 진술 공개를 놓고는 헌재 변론기일에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홍 전 차장 보좌관의 진술서를 제시하려 하자, 국회 측 변호인이 "증거로 채택 안됐다"면서 제지에 나선 것이다. 이에 홍 전 차장은 "보좌관이 한 명이 아니다.
세 명 다 그렇게 진술했나"라고 윤 대통령 측 변호인에 질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홍장원 메모'는 '오염된 메모'로 드러났다"면서 "홍장원 전 차장은 원본은 버렸고, 나중에 기억을 떠올려 옮겨 적게 했다는 '보좌관'은 밝힐 수가 없다고 했다. '홍장원 메모'는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오염된 메모이자 허위 메모'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