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당정 엇박자·국정협의체 표류… 딥시크發 'AI 추경' 불투명['조기 추경' 물건너 가나]

정부 "AI산업 진흥 예산 필요"
이달내 국내AI위원회서 논의
대통령실 "추경 편성에 반대"
여야, 연금개혁 등 맞물려 이견

당정 엇박자·국정협의체 표류… 딥시크發 'AI 추경' 불투명['조기 추경' 물건너 가나]
지난 1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협의체 첫 실무협의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진성준 정책위의장,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강명구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곽현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연합뉴스

중국 스타트업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출시 파장에 맞서기 위한 AI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놓고 정부와 대통령실 간 정책 엇박자로 인해 편성이 불투명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추경 등을 논의할 여야정국정협의체가 여야 간 당리당략으로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자칫 투자 실기로 인해 반도체 강국이라는 한국의 글로벌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9일 대통령실과 정부 및 정치권에 따르면 저사양·고성능의 중국 딥시크발 충격파가 국제사회를 덮치면서 정부를 중심으로 AI산업 진흥 예산을 담은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변화 속도와 기술개발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할 사업들을 위한 관련예산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국가AI위원회는 지난 3~4일 워크숍을 열고 이른바 '시그니처 프로젝트(대표사업)'를 결정키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딥시크 충격파로 인해 AI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산하 분과들이 경쟁적으로 여러 제안들을 내놨다. 하지만 결국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산이 없다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고, 이날 기술개발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위해 조속한 추경 편성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AI위 관계자는 본지에 "인재, 인프라, 기술혁신, 공공산업 전환 등 여러 제안이 나왔는데 하나라도 제대로 하려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그런데 올해 국가 R&D(연구개발)와 국가AI컴퓨팅센터 등 본예산은 정해져 있으니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AI)추경에 반영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과기부도 추경 편성을 통해 AI 예산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국가AI컴퓨팅센터에 쓰일 그래픽처리장치(GPU) 조기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경을 편성하면 AI 분야에선 반드시 GPU 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내로 국가AI위원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국가AI위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해온 워크숍과 내부 회의를 통해 마련한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최 권한대행에게 보고할 예정으로, 추경을 통한 예산 확보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최 대행은 최근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에 34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주도한 만큼 AI산업 진흥예산 추가 확보에 적극 나설 공산이 크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추경 편성 자체를 반대하고 나서 AI 관련 예산 확보에 차질이 예상된다. 본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도 않은 채 조기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 자체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부처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각개전투를 하는 양상이라 어수선한 것"이라며 "하지만 추경은 기본적으로 본예산을 다 쓰고 해야 하는 것이고, 추진하더라도 야당이 (지난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단독)삭감한 예산을 다시 집어넣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탄핵정국 와중에도 국무회의에 배석하는 만큼 정부 내 추경 논의가 본격화되면 직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부·여당 간 엇박자뿐 아니라 여야 대표 등이 참여하는 '여야정국정협의체'도 표류하고 있어 AI 추경 편성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정협의체가 삐걱거리는 건 여야 모두 반도체특별법과 국민연금 개혁안을 '옵션'으로 내걸면서 서로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법상 일부 R&D 인력의 주52시간제 특례 인정과 국민연금 구조·모수개혁 병행 여부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