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고객 확보엔 도움 안 돼
일각 "영업전략 재정립 필요"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까지 현금을 뿌리며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거래은행에 대한 충성도나 인식이 낮은 한국의 소매금융시장의 여건에서 은행들은 '캐시백'을 내세워 충성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1회성 이벤트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방식을 넘어 '금융 동반자'로서 성숙한 영업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현금 환급(캐시백)'을 앞세운 프로모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은 인터넷은행과 대비했을 때 상대적으로 고객층이 옅은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 손님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입출금통장이 없는 만 18세 이하 손님이 국민은행 통장을 만들면 총 3만원에 해당하는 'KB스타뱅킹 쿠폰'을 준다.
이른바 'KB키즈패키지 이벤트'다. 패키지에는 청약통장 가입용 2만원권, 적금 가입용 5000원권, 펀드와 신탁 가입용 5000원권이 포함됐다. 모두 가입할 경우 '현금' 3만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이 현금 쿠폰까지 뿌리며 주며 미성년 손님을 끌어모으는 이유는 인터넷은행의 빠른 성장이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케이뱅크까지 인터넷은행 3사는 각 앱의 '플랫폼' 지위를 십분 활용해 1020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사용자 수는 2488만명에 달한다. 1년 만에 204만명을 신규 유치한 것으로, 20~30대 인구의 80% 이상, 50대 인구의 절반(52%)은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890만명, 주간활성이용자수(WAU)는 1360만명에 달한다. 트래픽도 역대 최대다. 지난해 9~12월 고객이 카카오뱅크 앱에 머물며 서비스를 이용한 평균 시간은 전년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케이뱅크도 돈나무 키우기, 복주머니, 돈버는퀴즈 등 사용자가 앱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현금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사용자 유입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획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고객수는 1205만명으로, 카카오뱅크의 절반 수준이지만 토스뱅크(1100만명)를 앞섰다.
우리은행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4대연금을 우리은행 계좌로 받는 고객에 최대 7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리은행에 4대연금 수령 이력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벤트 기간은 다음달 20일까지다. 우리은행은 연금을 이체한 고객에게 매월 1만원씩 총 5개월간 5만원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특히 올해 첫 국민연금 수급 대상인 1962년생 고객이 5개월 연속 국민연금을 우리은행으로 수령할 경우 2만원 보너스를 포함, 총 7만원을 환급해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첫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고객을 모시기 위해 준비했다"며 "앞으로 4대연금 이체 고객을 위한 이벤트와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테일(소매) 금융의 디지털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고, 현금 마케팅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라며 "최근 여신 여력이 늘어난 은행들이 앞다퉈 신규고객 모시기에 나서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거래 은행에 대한 충성도가 희박해지면서 은행 내부에서도 장기적인 전략을 통한 고객 유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실제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발간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는 평균 4.6개의 은행을 복수로 거래하고 있다. '여건이 변해도 거래를 유지할 충성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응답은 최근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은 거래은행을 이탈(축소·중단)한 경험이 있었고, 이탈은 거래은행에 대한 '불만(16%)'보다는 '개인적 상황(42%)'과 '불만은 없지만 타행 대비 열위(42%)' 때문이라고 답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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