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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서로 껴안은 美日, 대통령 공백 메우기에 최선을

트럼프-이시바 정상회담 화기애애
관세부과 눈앞의 우리는 아쉬움 커

[fn사설]서로 껴안은 美日, 대통령 공백 메우기에 최선을
이시바 시게루(왼쪽)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안보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와 관세부과 문제도 거론했고, 이에 이시바 총리는 대미 투자를 1조달러 규모로 늘리고 미국산 LNG 수입도 늘리겠다는 유화책으로 화답했다.

우선 트럼프의 북한 비핵화 언급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칭해 논란을 일으켰던 이전 발언에 대한 우려를 불식한 것이어서 우리로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 한국·일본 정부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사를 밝혀 우리 정부 패싱 걱정도 일단 덜어주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반도 안보만큼 중요한 것이 무역관세 부과다. 트럼프는 일본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일본도 관세의 예외가 아니라면 우리 또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10일 또는 11일 다수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에 관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이 포함될지 여부가 우리로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일본은 세계 여러 국가들 가운데 최초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환심을 사는 데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가 일본에 대한 관세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관세부과 국가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보상책들을 제시함으로써 트럼프를 고민스럽게 만든 것만 해도 일본은 잘한 것이다.

미국 언론은 이시바가 '아부의 예술'을 구사했다고 표현했지만, 일본의 이익을 위해 비록 비굴해 보일지라도 이시바가 잘못한 것은 없다. 도리어 이 대목에서 어떤 방식으로라도 정상외교를 할 수 없는 우리 상황이 몹시 아쉽게 느껴진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하라고 했지만, 대통령의 대행의 대행 체제인 우리로서는 외교력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는 우리도 정치가 안정되어 현 정부가 유지되든 새 정부가 들어서든 결론이 나겠지만, 그 과도기인 몇 달 안팎이 하필 미국의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적기의 외교적 대응을 할 수 없는 점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가 한국의 상황을 봐줄 리 없지만, 관세부과의 예외로 인정하거나 시간을 끌어준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해 557억달러로 역대급을 기록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트럼프가 모르고 지나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와 닿을 수 있는 선은 모두 동원하여 우리 국익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미국이 국가수반이 일시적으로 없는 한국을 상대해 주지 않더라도 줄을 대려는 시도를 끈질기게 해야 한다. 비단 관세 문제만 현안이 아니다.

그러지 않고 책임감 없이 대미 관계에 뒷짐을 지고 있다가는 초기 대응 미숙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세계 각국이 트럼프를 상대로 외교적·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접근하려고 할 것이다.
국가적 외교도 인간관계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선물 보따리를 풀며 아첨하는 나라를 외면하지 않는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