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AI와 한국경제' 보고서
대·중기 간 생산성 격차 확대
근로자 절반, AI 도입 영향권
판사·의사는 AI대체 가능성↓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25년 동안 16% 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성이 늘어나면서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제기된다. 의사·판사 등 주요 직종을 제외한 사무직 일자리의 대체 가능성이 커진 만큼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I가 성장 둔화 상쇄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와 한국경제'에 따르면 AI 도입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에 다른 성장둔화를 상당부분 상쇄하는 수준이다.
AI 도입이 없다면 2023~2050년 한국의 GDP는 16.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고령화로 청년층의 전일제 근로자 비중이 축소되는 반면 고령층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반대로 AI 도입을 통해 노동 보완과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경우 감소 폭이 5.9%로 축소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우 생산성이 높을수록 AI 도입 비중이 일반적으로 증가했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가 AI 도입 이후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AI 도입 효과는 업력이 긴 기업에서 특히 명확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한은 측의 설명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AI 도입 자체보다는 실제 내부 인력이나 조직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시너지 측면에서 대기업이 초기에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일자리 절반 이상 '흔들'
한은이 AI 노출도(직무가 AI에 의해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지 나타내는 지표)와 AI 보완도(AI로 인한 직업대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정도)를 활용해 AI 도입에 따른 노동시장 영향을 분석한 결과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직업은 AI가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낮은 임금, 실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관련 판매 종사자, 회계·경리 사무직, 법률 및 감사 사무 종사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AI 노출도가 높아도 특정 직무는 우리 사회가 AI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인간의 감독하에 둘 가능성이 컸다. 예를 들어 판사, 외과의사 등의 직무는 AI 노출도가 높았으나 의사결정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인간이 수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교수, 기업 대표 등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직업은 AI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았다.
한은은 AI 도입으로 국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근로자의 24%가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그룹, 27%가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그룹이다. 특히 여성, 청년층,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AI 노출도와 보완도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해당 계층에 AI가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국내 AI 준비지수는 전체 165개국 중 15위로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적자본 활용과 노동시장 정책'(24위)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오 팀장은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는 근로자의 원활한 일자리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교육 및 재훈련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