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시스] 강종민 기자 = 11일 오후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 옆 담장에서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며 고 김하늘(8) 양을 추모하고 있다. 2025.02.11. ppkjm@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 양(8)을 살해한 40대 여교사 A씨가 "수업 배제로 짜증이 나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대전서부경찰서 육종명 서장은 A씨가 경찰에 "복직 후 3일 만에 짜증이 났다. 교감이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해 12월 9일 질병 휴직을 냈다. 6개월간의 휴직 중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던 A씨는 연말 조기 복직했다.
A씨는 범행 당일 오후 외부에서 흉기를 구입해 교내로 들어온 뒤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로 유인한 뒤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렀다고 덧붙였다.
육 서장은 "누구든 좋은데 한 명과 함께 죽음으로 가겠다는 본인 진술대로 불특정한 누구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 같다"며 "면식범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술을 마친 A씨는 현재 병원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산소마스크를 착용 중이어서 대화가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차량·주거지·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수사를 진행하면서 구속영장도 신청할 방침이다. 유가족과 상의해 A씨의 신상정보 공개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앞으로 A씨가 범행 대상을 물색한 범위와 시청각실 창고를 범행 장소로 택한 이유, 복직 후 학교생활 상황, 계획적 범행 여부 등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사건의 가해 교사는 정신질환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에 복귀했다. 이 교사는 정신질환으로 지난해 12월 초 6개월 휴직에 들어갔다가 연말에 갑자기 복직했다. 이전에도 정신질환 등을 이유로 수차례 병가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달 초 해당 교사가 동료 교사에게 폭력적 행동을 보이자 재휴직을 권고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교사의 학생 살해라는 사상 초유의 참혹한 범행으로 이어졌다. 재휴직이 무산된 것은 '질병 휴직은 2년 내 가능하며 같은 사유로는 질병 휴직을 연장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으로 보인다.
대전교육청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 재발 사유가 있으면 동일 병명으로도 휴직에 들어갈 수는 있다"며 "가해 교사의 재휴직이 불가능하다고 학교에 회신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의 실효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위원회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원의 교직 수행 능력을 판단하는 장치로, 심의 후 교육감이 직권으로 휴직이나 면직을 권고할 수 있다. 현재 서울, 광주, 세종, 대전 등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운영 중이다.
대전교육청은 2015년 9월부터 질환교원심의위를 운영해왔으나 2021년 이후 단 한 번도 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교육청은 "제도적 장치로 질환교원심의위원회와 질병휴직위원회가 있는데 과도하게 가동될 경우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관련 가이드라인을 17개 시도교육청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해 교사처럼 본인 청원에 의한 휴직은 애초 질환교원심의위 대상이 아니란 점도 제도의 맹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정신질환은 외부의 부정적 인식과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청원 휴직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심의위원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교원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등 종합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정신질환 병력은 민감한 개인정보인 만큼 정부가 수집·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관련 법 개정 등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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