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예외' 모호한 태도 일관
현실 직시하고 냉철하게 대의 좇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경기 화성시 팔탄면 아비만엔지니어링에서 열린 경영악화 수출기업 애로청취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최근 조기 대선을 의식한 '우클릭'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 주 52시간제 예외' 반대를 철회하고 반도체법특별법을 통과시킬 것 같은 뜻을 담은 발언을 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다시 반대하는 뉘앙스의 언급을 했다.
이 대표는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다"라고 말했다. 명확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52시간제 예외에 반대하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 대표의 이런 오락가락하는 발언 내용은 지지층, 특히 민노총 등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 3일 발언이나 10일 발언도 찬반에 대한 명쾌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여론을 의식하면서 자신이 빠져나올 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0일 발언도 반대로 다시 돌아선 것인지 아닌지, 딱 부러지게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예외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주 52시간 예외 입장 철회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이 대표는 11일 "(반도체특별법에) '총노동시간은 늘리지 않고 추가수당을 지급한다'는 단서를 다는 것인데, 그러면 기업 입장에서도 이 제도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는 자신이 진영 논리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에는 "객관적 사실은 서로 인정하고, 소통을 통해 의심을 거두고, 합리적 절충점을 찾도록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의사는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요구한 것이다.
여당과 정부는 '52시간 예외'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을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계속 촉구하고 있다. 이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요구를 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지지층을 의식하는 이 대표는 '애매모호'하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할 것이고, 곧바로 법안 통과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법안 통과에 앞장서 줄 것을 이 대표에게 당부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성장을 강조하고 '흑묘백묘론'적 실용주의까지 끌어온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부정에 빠질 것이다.
권 원내대표가 말한 것처럼 한낱 '가면극'일 뿐이다.
결국은 지지층 눈치만 보는 옹졸한 정치인의 길을 걷지 말라.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한 판단으로 대의(大義)를 좇는 큰 정치를 한번이라도 보고 싶은 것이 지지자만이 아닌 국민의 염원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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