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협정따라 무관세로 수출
"다음 타깃될라" 업계 예의주시
현지 생산 파트너 확보 등 대안
K제약바이오 업계 대미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 수출 의약품에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세계 최대 시장인 만큼 국내 제약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의약품의 대미 수출액은 15억364만달러(2조1900억원)로 전년 대비 약 50% 성장했다. 의약품에 대한 관세폭탄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실제 관세가 부과되면 성장 단계에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의약품에는 관세가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 1994년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의약품협정에 따라 의약품과 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관세를 없앤 바 있다.
만약 의약품에 10~2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산 의약품 가격이 올라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완제의약품, 제네릭의약품,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지금도 미국 시장 내에서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의약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장벽이 생기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의약품 시장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인데,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면 K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입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고율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뜻에 따라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또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을 다변화하거나 미국 정부에 대한 로비 및 정책 대응도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생산·유통 방식을 바꾸는 것은 단기적으로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기 때문에 기민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고,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출 다변화나 로비 강화 등도 지금으로선 현실성이 없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아직 구체적인 관세 부과계획이나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이를 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폭탄은 미국에도 타격이 될 수 있음을 알릴 필요성이 있다"며 "동시에 미국 내에 생산설비를 만들거나 현지 생산 파트너사를 찾는 것 등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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