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활동하며 1억2100만원 편취
1심 징역 1년 6개월→2심 무죄
대법 "범행 실체·전모 파악해야만 공범 되는 것 아냐"
사진=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보이스피싱 범죄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했더라도,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가 재확인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3~4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해 이른바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저금리대출이 가능한데,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 은행 직원에게 대출금을 전달하라'고 속여 피해자들이 대출상환금 명목으로 건넨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같은 방식으로 편취한 금액은 총 1억2000여만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범행에 사용될 '완납 증명서', '대출금 상환 확인서' 등을 출력해 위조한 혐의를 받았다. 아울러 은행 직원을 행세하며 피해자에게 해당 문서를 주고, 피해자들로부터 대출상환금을 편취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 측은 범행을 방조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2심은 A씨가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정상적으로 아르바이트 업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업무가 보이스피싱 범죄 행위의 일부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하거나, 이를 용인한 채 범행을 계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각각의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범행 당시 24세의 성인으로서, 사회경험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의 관점에서 현금수거 업무가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면한 적 없는 피고인에게 거액의 현금 수거 업무를 맡기는 경우는 보이스피싱 등의 경우가 아니면 상정하기 힘들다"며 "피고인이 출력한 문서는 여행업체 업무와 무관한데, 피고인은 거짓으로 작성, 위조된 문서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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