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가 첫번째 극단 선택을 시도한 지난해 9월 6일 방송에 출연한 모습. MBC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숨진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가 첫번째 극단 선택을 시도한 바로 다음 날 선배 기상캐스터로부터 '근무 대타'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에는 '오요안나 마지막 라방서 포착된 슬픈 눈빛. 선배 A씨 추석 대타 요청 소름돋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오요안나의 일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진호는 "핵심 가해자 의혹에 서있는 선배 A씨는 진상규명위원회에 오요안나 씨와 직접 나눴던 카톡 자료까지 제출하면서 반발에 나서고 있다"라며 "그래서 오늘 방송에서는 대체 두 사람 간에 어떤 카톡들이 오고 갔는지,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의 실체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진호는 "엑스포츠뉴스를 통해서 A씨가 진상규명위원회에 제출한 카톡을 살펴볼 수 있었다"며 "유가족들은 오요안나가 2021년 9월 MBC '뉴스투데이' 새벽 방송에 발탁되면서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지만 A씨가 제출한 해당 카톡 등을 보면 2021년 9월 이후에도 두 사람이 상당히 좋은 관계 속에서 카톡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초 좋은 관계를 이어갔지만, 2023년 6월 11일 이후부터는 일에 대한 사담보다 지적과 대타 문제가 더욱더 많이 언급되고 있다"고 했다.
이진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7일 오 씨에게 "안나야, 혹시 추석 때 근무 한 번 더 할 수 있어? 지쳐서 휴가 가고 싶은데 봄에 써서 쓰지를 못한다. 대신 안나 길게 휴가 가고 싶을 때 내가 할게"라고 부탁했다.
이에 오 씨는 "네 가능하다. 서울에 있어서 광주도 안 내려간다. 선배님 토요일도 맡기셔라. 국장이 허락만 한다면 저는 다 괜찮다. 어차피 집도 근처고 부담 없다"고 화답했다. 이어 "뭐든 저는 다 좋다. 맡겨만 달라. 목숨 걸고 펑크내지 않고 해내겠다"고 했다.
그러자 A씨는 "정말 고맙다. 맛있는 걸로 밥 먹자"고 인사했다. 오 씨는 "선배님, 더 맡겨주셔도 된다. 선배님 따로 일하는 거 있다고 들었는데 그거 하시기도 벅차고 체력적으로도 힘드실 것 같다. 저는 대기조다. 집이 1분 거리니까 다 이야기해달라"고 응원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선후배 사이 대화 내용이지만, 문제는 이 대화가 이뤄진 시점이다. 오 씨는 이 대화 하루 전인 6일 서울 가양대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구출된 상태였다.
결국 오 씨는 A씨가 부탁한 추석 근무를 하지 못했다. 1차 극단 선택으로 얼굴에 부상을 입은 오 씨는 같은 달 15일 두 번째 선택을 시도, 생을 마감했다.
이진호는 "오요안나도 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다음날이었지만 '더 맡겨주셔도된다.
저는 진짜 대기조다. 집이 1분 거리니까 다 이야기해달라'는 말이 담겼다"라며 "그만큼 오요안나가 직장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