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끝> 발목잡는 규제장벽
양질의 요양서비스 요구 늘어나
핵심 공급자로 금융권 역할 기대
골목상권 침해 비판 여론 '부담'
토지·건물소유 의무화도 걸림돌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돌봄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권의 요양산업 진출은 반발과 규제에 막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우선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따른 반발이다. 개인사업자 위주인 요양시장에 대기업에 해당하는 금융권이 진입하려 한다는 의미에서다. 또 요양서비스 제공자는 토지·시설 소유주여야 한다는 노인복지법상 규제장벽도 넘기가 쉽지 않다. 갈수록 커지는 양질의 요양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만큼 핵심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융권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인사업자 비중 85%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의 장기요양기관은 개인(민간) 및 법인 운영을 포함해 2만8366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법인이 설립한 기관은 3962곳으로 14.0%에 그친다. 개인이 설립한 기관이 2만4063곳(84.8%)으로 압도적이다.
요양시설 시장이 영세한 개인 사업자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금융권의 시장 진출에 대해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이 요양산업에 진출한다고 하니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 여론이 크다"며 "금융권이 공공 측면에서 요양산업을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반발이 커서 망설이게 된다"고 전했다.
요양산업의 서비스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금융권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세한 개인사업자 위주로 요양시장이 형성돼 있어 △낮은 요양서비스 안정성 △요양급여 부당청구 △노인학대·방임 가능성 등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어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5455개의 요양기관에 대해 현장조사를 한 결과 92.48%인 5045개의 요양기관이 부당·허위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사실이 발각됐다. 요양기관들은 필수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허위로 요양급여를 신청하거나 배치된 인력이 다른 업무를 맡아 적발됐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발생건수는 2023년 571건으로 5년 새 17.5%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인 설립 요양시설은 사업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보수적 운영을 통한 서비스 품질의 안정성이 훨씬 높다"고 짚었다.
■규제로 비용 부담 커
금융권이 요양산업에 진출하는데 걸림돌은 막대한 비용이다. 요양시설 설치자에 대한 토지·건물 소유 의무규제로 토지비 등 큰 돈이 들어간다. 특히 수요가 높은 수도권에 요양시설을 만들 경우 수백억원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자본력이 있는 금융사들에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요양시설의 지역별 수요·공급 적정성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전국적으로 약 14만8000명의 미충족 돌봄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지역이 2만9458명, 경기는 3만72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부가 돌봄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제한적 임차 허용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그 대상이 비영리법인으로 한정되면서 돌봄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의 넘쳐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자본금이 확보돼 있고, 서비스 평가가 안정적인 민간기업에 대해 시설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요양시설 내 비급여 서비스가 상급침실료, 식사재료비, 이미용비 3종으로 제한된 가운데 요양시장과 타 산업 간의 연계를 통한 요양시장 밸류업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요양시설 내 이용 가능한 비급여 서비스를 외출, 병원동행 등 수요가 높은 서비스까지 확대해 시설 이용자의 편의를 증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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