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여론전 무대 변질
인신공격·성적 모욕 등 눈살
"아직은 별도 조치 검토 안해"
법조계, 처벌 가능성 판단 갈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싸고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치열한 여론전의 장으로 변했다. 특히 최근 보수 진영 지지자들의 게시물이 급증하면서 헌법재판관을 향한 비방성 게시물도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도를 넘은 온라인 공격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 자유게시판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관련 글 약 155만건이 게시됐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간 해당 게시판의 글이 600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헌재와 관련한 질의를 하면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인 '질문과 답변' 게시판 역시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된 글로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게시판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15일부터다. 당시 진보·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헌법재판관들은 여론에 민감하다'며 헌재 게시판에 탄핵 찬반 글을 쏟아냈다. 이후 수만건의 글이 뒤따르면서 게시판 내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문제는 게시판이 가열되면서 헌법재판관을 향한 인신공격과 모욕, 비방글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가 게시판을 확인한 결과, 욕설은 물론 성적인 발언까지 포함된 게시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다은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욕하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도 될 수가 있다"며 "법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의 공격이 거세질 경우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글들이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어도, 고위공직자인 헌법재판관에 일반인과 같은 죄의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수위 높은 욕설이나 비방이 법적으로 처벌 가능할 수는 있지만, 고위직일수록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소 과격한 표현이라도 이는 국가 권력에 대한 민의의 표출로 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 관계자는 "게시판 글을 임의로 삭제하는 등의 조치는 하고 있지 않다"며 "만일 재판관을 향한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대응을 검토할 순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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