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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악몽 터는 은행권… "올해는 방카슈랑스 집중"

1社 보험상품 비중 완화된 덕분
취급액 증가·시장 활성화 기대

홍콩 ELS 악몽 터는 은행권… "올해는 방카슈랑스 집중"
주요 은행들이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영업 확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9년 만에 '방카슈랑스 25%룰'이 개정되면서 은행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 데다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중단으로 방카슈랑스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1월부터 방카슈랑스 관련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을 적립식 상품 활성화를 위한 방향으로 변경했다. 룰 완화로 방카슈랑스 시장이 활성화될 토대가 마련되면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신한은행도 올해 전담 인원과 교육을 늘리며 전방위 영업에 나선다. 투자솔루션부 내 방카슈랑스팀의 인원을 늘리고, 상품이나 판매전략 등 현장교육을 확대해 영업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KB국민은행은 방카슈랑스 전산시스템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그간은 종이서식을 이용했지만 앞으로 태블릿 형식의 전자방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은행이 방카슈랑스 영업 확대에 뛰어드는 이유는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을 25%까지 제한한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25%룰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연말마다 판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등 영업에 차질을 빚어왔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을 두고도 다른 회사 상품을 추천하는 사례 등이 나오면서 영업이 용이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규제 완화로 시장 경쟁력이 높아지며 전체 취급액이 증가하는 등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ELS 판매 중단으로 방카슈랑스의 존재감이 커진 점도 영업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은 총 367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720억원)보다 35.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신한은행(670억원)과 국민은행(1440억원)은 각각 91.7%, 41.2% 늘어나며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컸다.

덕분에 시중은행들의 전체 수수료 이익(4조870억원)도 전년(3조8300억원)보다 6.7% 늘었다. ELS 공백으로 신탁 수수료 이익은 줄었지만 대체 상품인 방카슈랑스로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전체 수수료 이익을 늘린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홍콩 H지수 ELS의 손실 사태로 판매를 중단하면서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쪽으로 영업을 많이 돌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본격적인 금리인하기에 들어서면서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영업 드라이브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기에는 통상 순이자마진(NIM) 등 이자이익 기반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LS와 같은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판매채널이 극히 제한될 것으로 보여 방카슈랑스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방카슈랑스 룰 개정은 은행에 유리하기 때문에 영업 확대에 더욱 힘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25%룰 때문에 고객들에게 억지로 다른 상품을 추천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규제가 완화되면서 은행들의 영업에는 긍정적인 변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