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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비난에 멍드는 연예인…'악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공인 향한 악플 문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악플로 재판 넘겨져도 대부분 벌금형 그쳐
악플 근절 위해 '처벌과 책임 강화' 목소리 커져...'악플은 범죄' 사회적 인식도 높여야

무분별한 비난에 멍드는 연예인…'악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배우 김새론(25)이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인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이 다시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예인의 경우 대중의 관심이 핵심인 직업이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플러들은 주로 악용한다. 전문가들은 악플러 처벌·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와 함께 악플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7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54분께 성동구 성수동 다세대 주택에서 김씨가 숨져 있는 것을 친구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고 사망 경위 등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사망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김씨가 지난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고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루머와 악성 댓글에도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한 우울증 보도도 나왔다.

연예인을 향한 악플 문제는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인식돼 왔다. 연예인이 대중적 관심을 받는 공인이라는 이유로 대중의 비판과 관심을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며 개인적 고통조차 정당화하는 분위기가 악플을 부추겼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악플 문화가 확산됐다"며 "하지만 연예인도 사람으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보호하려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통상 악플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처벌받는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법조항과 달리, 실제 현장에선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판단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데다, 설령 처벌까지 가더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은 탓이다. 초범의 경우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인 '기소유예'로 선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태연 태연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모욕죄의 경우 벌금형은 대부분 50만원~100만원 수준으로 처벌이 강하지 않고 초범인 경우는 기소유예로 선처되는 사례도 있다"며 "실형이라고 하는 징역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수 겸 배우 A씨에게 악플을 달아 모욕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은 2023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지만 벌금 50만원에 불과했다. 가수 B씨를 상대로 악성 댓글을 남긴 30대 여성도 최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법원이 악플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며 "악플로 인해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거나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사례도 발생하는 만큼 보다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처벌 강화를 넘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재윤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악플 문제를 단순히 댓글 작성자에 대한 처벌 강화만으로는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댓글 실명제를 실시하고, 악플이 게시될 경우 즉시 삭제하도록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성명문을 내고 "그녀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비난과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중적 현실에 깊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서지윤 기자